꼬라지를 뽑아냈지요
“야, 너를 보니 예수님을 본 것 같구나!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구나!”
저를 보자 총회장 목사님께서 하신 첫 말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휠체어에 앉아 걷지도 못하고 있던 제가 두발로 일어나 걸어 다니고 있으니 그러시는 게 당연하지요.
이번 하계산상집회 참석을 위해 기도원에 와서 저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저에게 이시대 목사님께서 “지팡이 버리고 그냥 걸어봐요.” 하시는데 정말 걸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 스스로도 이토록 빠른 진전은 기대 이상이었거든요. 하나님께 오직 감사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지난 해 9월 4일부터 저에게 닥친 일들을 돌이켜보면 정말 길고도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입니다. 가끔 허리에 통증이 있었기에 그날도 그냥 그러다 말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꼼짝할 수도 없었고, 온몸에 감각조차 없는 것이었습니다. 경북대 병원을 거쳐 현대아산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하고 2시간을 실랑이 끝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습니다. 수술할 수도 없는 위험한 곳에 피가 고여 하반신마비가 온 것으로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남은 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금식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외에 없었습니다. 총회장 목사님은 낙심하고 좌절할 저를 염려하셔서 해외집회를 나가실 때나 들어오셨을 때나 수시로 저를 격려해주셨고 기도해주셨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위안이었고 힘이었지요. 그리고 교단의 성도들이 합심으로 기도해주는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꿈으로 저를 일으켜주신다 약속하셨지만, 현실은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병원 구석을 찾아다니며 숨죽여 기도하고 눈물로 지새운 나날들, 심지어는 너무도 고통스러워 차라리 제 목숨을 거두어가시라고 하나님께 따지듯 울곤 했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들어온 것은 알겠는데 그 끝이 어디쯤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나간 시절들을 반추해보았습니다. 내 속에 버려야할 쓴 뿌리가 가득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엘리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받아놓고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살지 못했고, 지교회 가는 곳마다 실패하고 돌아오곤 했었지요. 총회장 목사님의 속을 얼마나 썩였던가요. 한번은 목포집회에 갔다가 목사님께 꾸중을 듣고는 깨달아야 하는데, 그만 꼬라지를 드러내며 ‘왜 저만 갖고 그러시냐’고 따지기까지 했었습니다. 영주 교회에 발령 받아 가서는 교회 재정을 충당한다는 구실로 종이박스 모으는 데만 열중하다 그야말로 종이박스의 종이 되고 말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종이 돈에 팔려 폐지 주우러만 다녔으니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하셨을까요. 서울 체조경기장 집회에 올라가서 교단 목사님들과 함께 서있는데, 어느 성도도 제 앞에 와서 기도 받는 분이 없었습니다. 이시대 목사님은 영상차량을 끌고 다니며 비디오 전도를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에서는 ‘예’ 했지만,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주위의 시선, 목사가 능력도 없이 뭐하나 하며 후배 신학생들조차 나를 조롱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저는 죽고자 하는 열심을 내지 않고 오히려 도망가려 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쓰시고자 하는데, 제 속에 버려야할 쓴 뿌리들이 많아 작업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지난 서울집회에서 휠체어를 타고 단위에 올라갔을 때, 저는 정말 굴욕감에 어쩔 줄을 몰랐었습니다. 총회장 목사님은 어떻게든 나를 일으키시려고 애쓰고 계셨지만, 저는 성도들 앞에서 더욱 큰 좌절감만 일어날 뿐이었습니다. 급기야 목사님은 저를 질책하셨습니다.
“너, 그 꼬라지를 버려야 해.”
맞습니다. 제 속에 알량한 자존심이 꿈틀거리며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고통 중에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셨고, 그만큼 저를 조금씩 치료하고 계셨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꿈으로 격려하셨고, 사람을 붙이시고, 기적 같은 길로 인도하곤 하셨습니다. 빨리 낫고자하는 조급한 마음에 침을 맞으러 다녀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신 건 전폭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모든 미련을 떨쳐버리고 오로지 하나님께 기도하며 열심히 운동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자 그 때부터 확실히 눈에 띄게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발가락, 발목, 무릎에 점차 힘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긴 터널의 끝에 다다른 것이었습니다.
기도원에 가서 간증하라는 성령의 감동 따라 총회장 목사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오전 예배에 단에 올라 그 많은 성도들 앞에 서게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지나온 시간이 꿈만 같고 긴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엘리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종으로 만들고자 하신 연단의 시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오직 충성뿐입니다. 저를 다시 걷게 해주신 하나님께, 언제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고 지도편달해주신 총회장 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인생을 살다보면 힘들고 어두운 시기를 지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굴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잠깐 터널을 지나는 것입니다.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간다면 분명히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거리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전진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