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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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호 목차 › 옹달샘

흘려보내는 인생이 되라

437호 · 2008-07-13

“아빠, 여기쯤에 자리를 잡을까요?

먼저 달려간 아이가 깔 자리를 들고 소리를 친다.

“그래, 호수 가까이 자리를 잡는 게 낫지.”

모처럼 주말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했다. 멀리는 갈 수 없고 해서 가까운 호수근처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도 하고, 준비해온 맛있는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 참이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영 기분이 개운치를 않다. 바람에 실려 오는 악취 때문이다.

“여보, 잘못 온 거 같아요. 호수에서 악취가 나요.”

“그러게 말이요. 우리가 바람 쐬러 왔지 악취 맡으러 온 거는 아니니 다른 곳으로 옮깁시다.”

다시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는 틈으로 아이가 끼어든다.

“근데 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예요?”

“글쎄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마침 이 동네 분인 듯한 어르신이 지나가시면서 한 말씀하신다.

“나들이 오신 모양이구려.”

“아, 예. 그런데 악취가 나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중입니다.”

“그러게요. 이게 다 호수가 막혀서 그런 거라오. 무슨 공사를 한다고 호수를 막아놓았으니 물이 썩을 수밖에요. 예전에는 이 호수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물이 갇혀 썩다보니 이제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오.”

“그렇군요. 아름다운 호수가 썩어가니 안타깝네요.”

어르신의 탄식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음~ 어디로 갈까? 차에서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으니 가까운 놀이공원에 가는 건 어떨까?”

“와~ 좋아요.”

아이는 뒷좌석에서 펄쩍 뛴다.

“거기는 입장료부터 만만치 않은데…. 당신이 다 지불할 거죠? 아까 그 어르신 말대로 흐르지 않는 것은 다 썩게 되어 있잖아요. 숨겨둔 비상금도 고여 있으면 썩게 되요. 오늘 좀 풀어 봐요.”

“이 사람아, 내가 비상금이 어디 있나? 암튼 뭐 이왕 나왔으니 바람은 쐬어야지.”

“여보, 집을 지을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게 뭔 줄 알아요?”

“웬 뚱딴지같은 질문이야?”

“아니, 아까 호수를 생각하니 깨달아지는 게 있어서요. 집을 지을 때 하수도 공사가 젤 중요하대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뭐든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흘려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거 같아요. 당신은 사람들이 왜 흘려보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내가 애써서 번 돈, 내가 피눈물 흘려가며 이룬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놓지 못하는 거 아닐까?”

“그래요. 사실 나도 그래요. 나도 이론상으로는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가족도, 재물도, 나까지도…. 그런데 막상 그것을 흘려보내야 할 때는 그게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어요. 속 쓰리죠.”

“우리가 만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들을 쥐고 풀지 않으면 결국 그것들이 쌓여서 우리 삶에 악취를 풍기고 말거요. 아까 그 호수처럼. 그것이 결국 독이 된다는 것이지. 우리에게 주신 것들의 최종 도착지는 우리가 아니야. 우리는 기착지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럼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맞아요. 그래도 그것들을 잘 패스하다보면 우리에게도 남는 게 있어요. 튜브에 주스를 통과시키면 주스의 잔액이 남듯, 돈과 명예 등등 그런 것들이 통과하다보면 우리에게도 남는 게 있죠. 사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봐요.”

“와! 놀이동산이다.”

한창 진지하게 무르익는 대화를 아이의 함성이 깼다.

“그럼 당신이 오늘 흘려보내는 삶을 실천해보세요. 오늘 모든 비용을 당신이 계산하세요.”

미처 트렁크에서 짐도 내리지 않았는데, 아내는 아이 손을 잡고 달려가 버린다.

“허허… 정말 비상금 흘려보내게 생겼네.”

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이 강하다. 그래서 뭐든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 내게 들어온 것은 절대적으로 내 것으로 인정하고 나누기를 꺼린다. 마태복음 19장에 나오는 부자 청년처럼.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다. 내 손안에 있는 것들도 물론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는 청지기로서 그것을 잠시 관리하는 것 뿐. 주인이 놓으라면 놓아야 하는 관리지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바로 알면 흘려보내는 삶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강이 강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썩듯, 우리 삶도 나누고 흘려보내는 삶이 될 때 아름다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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