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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목차 › 옹달샘

다시 기회를 주마!

434호 · 2008-06-22

“김 부장, 자네에게 맡긴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어 가고 있는가?”

복도에서 부딪친 사장의 질문에 김 부장은 흠칫 놀라 목례를 하며 답한다.

“아, 예. 사장님.”

“자네만 믿네. 자네 어깨에 우리 회사의 운명이 달렸네.”

사장이 김 부장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가자 김 부장은 사장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목석처럼 서 있다. 사실 김 부장은 요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6개월 전, 사장의 특명을 받고 중대한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난항의 연속이다.

이것이 풀렸나 싶으면 저것이 얽히고, 저것을 풀고 나면 이것이 얽히고…. 듣기로는 경쟁 업체에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먼저 성공해서 특허를 따야 하는데 모든 것이 힘에 부친다. 그렇다고 못하겠노라 하면 바로 사표를 써야할 것 같고… 정말 죽을 맛이다.

사무실에 들어온 김 부장은 애매한 과장에게 성질을 부린다.

“최 과장, 나 좀 봐.”

최 과장이 부장의 심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는 얼른 윗도리를 걸치고 달려간다.

“자네, 내가 분석해 놓으라고 한 것은 다 했나?”

“예, 거의 마무리 되어 갑니다. 하도 자료가 많아서 정리하는데…….”

“지시한 적이 언제인데 아직도야?”

김 부장은 자기의 능력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벌써부터 예감했다. 다만 사자의 굴로 언제 들어가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언제 백기를 들고 항복하느냐만 남았다.

집에 돌아온 김 부장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자는 아내와 이제 갓 대학을 입학한 아들, 고등학생이지만 아직도 철부지인 딸의 얼굴을 보니 더욱 답이 안 나온다. “지금 사표를 쓰면 무엇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나? 집 사람에게는 왜 사표를 썼다고 하나?”

김 부장의 한숨소리에 땅이 꺼진다.

“여보. 왜 안 주무세요?”

아내다. 함께 이십년 넘게 살아서 그런지 아내는 단번에 묻는다.

“무슨 일 있죠? 요즘 당신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솔직히 말을 해봐요. 내가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김 부장은 그동안의 일들을 차근히 설명했다. 남편의 말을 다 들은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말한다.

“여보,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아요. 그것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고. 회사 쪽으로 좋은 일이잖아요. 나 요리 잘 하잖아요. 우리 같이 조그만 분식점이라도 하나 내면 설마 애들 학교 못 마치겠어요? 고민하지 말고 내일 사장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세요.”

“고맙소.”

다음 날 회사에 도착한 김 부장은 먼저 사장실로 향했다. 그의 윗도리 안쪽주머니에는 하얀 봉투가 꽂혀있다.

“웬일인가? 아침부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거.”

김 부장은 먼저 사표를 꺼내놓고 말문을 연다.

“사장님이 제게 명하신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기한이 문제가 아니라 제 능력의 문제입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은 한참동안 사표가 든 봉투를 들여다본다.

“앉게나. 자네에게 무리였나 보네. 나도 중간보고가 없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선임할까 생각하던 차였네. 그러나 김 부장, 이 일에 책임은 져야지. 그 책임으로 자네 전문분야의 프로젝트를 다시 하나 주겠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면 정말 이 사표 수리하겠네. 그 때까지 이 사표는 보류일세.”

“다시 기회를 주시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선 김 부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삼손이 들릴라의 유혹에 빠져 머리를 자르고 만다. 동시에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엄청난 힘을 잃었다. 눈이 빠진 채 옥중에서 맷돌을 굴리는 삼손, 그는 회개했다. 그랬더니 다시 삼손의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것은 회복이었다. 하나님이 다시 주시는 기회였다. 그래서 그는 한 번에 엄청난 원수들을 죽였다.

베드로가 닭이 세 번 울자 예수님을 저주하며 부인했다. 그러나 상심한 베드로를 찾은 주님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셨다. 그리고 다시 기회를 주셨다. “내 양을 먹이라.”

범죄한 다윗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신 하나님은 동일하게 우리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신다. 그러니 잘못한 일이 있거든 숨기지 말고 하나님 앞에 나가 자복하라. 그러면 하나님이 당신의 머리가 다시 자라게 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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