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렸어?
친구와 함께 갤러리에 들렸다. 피카소의 그림이 전시 중이었다. 그림을 전혀 모르는 나는 그냥 친구의 뒤를 좇아 그림을 감상했다. 그런데 친구가 어느 그림 앞에서 발을 멈췄다. 친구는 아무 말 없이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이게 뭘 그린거야 ?”
내가 조용히 물었다. 친구는 그림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소녀. 정확한 제목은 ‘소녀상’이지.”
“근데 솔직히 난 그림이 이해가 안 돼. 이건 초등학생이 그려놓은 거 같잖아. 너무 기형적이고, 색깔도 조화롭지 않고….”
그러자 친구가 그제야 눈을 내게 돌리며 말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물론 나도 그림을 잘 알아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니야.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렸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렸느냐가 중요한 거거든. 만일 이 그림을 무명작가가 그렸다면 아무도 이 앞에서 감상하지 않지. 그러나 이것을 피카소가 그렸기 때문에 다들 감상하는 거야. 피카소의 이름이 붙으면 그것이 기형적인 그림이든, 해학적인 것이든 일단 엄청난 값이 매겨지고, 세계 유명한 갤러리에서 그것을 전시하려고 난리를 치지.
그 때 그림을 아는 사람만 와서 감상을 할까? 아니야, 너나 나처럼 그림의 문외한들도 그림을 보고 감탄을 하지. ‘이것이 바로 피카소 그림이구나.’ 하고 말이야.”
친구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내게 계속 말한다.
“우리는 절대 피카소 같은 명인의 작품을 평가할 수 없다는 거야. 그 사람의 작품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할 수 없지. 피카소 본인은 비록 졸작이라고 한 쪽에 처박아놓았던 작품이라도 우리에게는 그것조차도 명작이 된다는 거지. 다시 말해서 명인들의 작품은 어떻게 그렸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야. 다만 그가 그렸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지. 피카소가 그렸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그러니 그냥 감상해.”
“그래, 맞아. 유명배우들이 입었던 옷들이 경매되는 것을 보면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단지 그 사람이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로 흔한 그것이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잖아. 어떤 물건이냐가 아니라 단지 그 유명인이 사용했다는 것 때문에 말이야. 네 말을 듣고 보니 이 그림이 대단하게 보이네. 기형적인 것도 이해가 되고, 색깔도 좋네.”
내 말에 친구가 소리를 죽여 웃는다.
어떤 사람은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왜 나는 이렇게 생긴 거야? 키도 작고, 코는 납작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성격이 못났지? 좀 대범했으면 좋겠는데 사람 앞에만 가면 떨리고 주눅이 들고 그러니 내 스스로 비관이 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불평한다.
‘왜 나는 이런 집에서 태어났을까.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가난한 집에서 어떻게 일어나란 말인가.’
그러나 이들 모두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당신의 외모가 어떠하든, 당신의 성격이 어떻던, 당신의 환경이 어떻던 당신은 명작이요, 명품이라는 사실을.
“명품이라고? 명품이 다 말라 죽었나?”
이렇게 대들어도 당신은 분명히 명품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최고 대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상을 기기묘묘하게 만드신 그 하나님, 만물을 주관하시는 그 하나님이 당신을 직접, 손수 만드셨기 때문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2:7).
피카소의 그림이 비록 기형이라도 그것이 피카소가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엄청난 가격이 매겨지는 것처럼, 당신의 가치 또한 측량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이 비록 당신 눈으로 보기에 조금 모자라고, 타인이 보기에 조금 부족하고, 온전하지 못한 것 같아도 당신은 엄청난 가치의 소유자이며, 어디다 내놓아도 칭송 받는 귀한 자다. 왜? 하나님이 당신을 만드셨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니라 열과 성을 다하여서 손수 빚으셨기 때문에 당신의 가치는 가히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인 것이다.
우리가 피카소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는 우리의 가치를 알래야 알 수가 없다. 누가 그 그림의 값을 매기는가? 그림을 아는 자들이 그 값을 매기는 법. 마찬가지로 우리를 아는 자가 우리의 가치를 매긴다. 바로 주 안에서 사는 자들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자임을 안다.
그러니 낙망하지 말라. 키가 좀 작으면 어떤가! 코가 좀 납작하면 어떤가! 조금 소극적이면 또 어떠랴! 환경이 조금 불우하면 어떤가! 그래도 우리는 명품이요, 명작인 것을. 피카소가 그린 기형적인 그림도 몇 십 억씩 하는데,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이니 우리 가치는 또 그 얼마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