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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목차 › 선교기행

신뢰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371호 · 2007-04-05

가나 오부아시 집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릴 즈음, 우리는 참으로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둘째 날 목회자 세미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목사님 앞에 나타난 프란시스 목사 일행이 그들이었다.

사실 가나 2차 집회는 프란시스 목사가 준비하겠다고 하여 2004년 2월 싱가포르 세계 목회자 세미나 때 가나 타코라디 집회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고 있었다.

그는 2002년 10월 가나 1차 집회 때, 쌔미 목사를 도와 가나어 통역관으로 활약했었다. 집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목사님과 함께 방송국, 시장 통을 돌며 함께 복음을 외치던 프란시스 목사는 매우 성령으로 충만해 있었고 적극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집회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쌔미 목사의 솔직하지 못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우리 일행은 많이 실망하고 있던 터였기에 프란시스 목사의 그런 열정어린 모습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었다.

그런 좋은 기억을 나누었던 사람을 싱가포르에서 다시 만났을 때, 목사님은 마치 가족을 만나신 듯 기뻐하며 식사를 대접하고 격려하셨다. 그 때 프란시스 목사는 호텔 방으로 일행과 함께 찾아와 타코라디 2차 집회를 준비하겠다고 나섰다. 목사님은 1차 집회의 여러 미비점을 설명하시며 어떻게 집회를 준비해야 할지 소상히 가르치셨다. 그리고 가나 및 아프리카 복음화의 주역으로 일해보자며 함께 기도해주셨다.

가나로 돌아간 프란시스 목사는 집회 준비에 필요한 경비를 요청하였고, 우리는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그러나 집회 준비 및 진행과정에 대한 내용을 이메일로 주고받던 중, 무슨 오해가 생겼는지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사실 집회 준비에 대한 실무는 대충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우리는 모든 사항을 꼼꼼히 점점하곤 한다. 그래서 집회에 요구되는 모든 사항들을 정확히 기술한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여 프란시스 목사에게 보냈었는데, 아마 그로서는 우리의 그런 요구가 신뢰가 없어서 그런다고 오해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미 준비자금은 들어간 상태고 당연히 집회를 진행해줄 줄 알았던 우리는 프란시스 목사의 일방적인 처사에 적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성도들이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힘을 모은 물질인데 말이다. 그러나 목사님의 생각은 우리와 달랐다. 믿음으로 심은 것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계셨다. 하긴 쌔미 목사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에 통역관 임훈 박사를 비롯해 우리 모두 분개할 때도, 목사님은 돈 때문에 사람을 잃으면 안 된다고 우리를 다독이시곤 했었다.

나나 리빙스턴 목사를 통해 가나 2차 집회를 하면서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목사님은 프란시스 목사를 마음속으로 기도하시며 기다리고 계셨다고 한다.

그런 그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목사님의 기쁨이 오죽하셨을까! 목사님은 그들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해주시며 점심식사에 초대하셨다. 프란시스 목사의 얼굴엔 송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돌아온 탕자를 맞이한 아비의 모습이 저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신분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종들 취급을 받아도 좋으니 먹여만 달라는 자세로 아버지께 돌아온 터였는데, 아버지는 그를 부둥켜안고 죽었던 아들이 살아왔다며 잔치를 베풀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목사님의 모습이 그랬다.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목사님은 프란시스 목사에게 계속 관심을 보이시며 혹여나 그가 미안한 마음에 주눅 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시는 기색이 역력했다.

목사님은 조금도 지나간 일들에 대해 묻지 않으셨다. 그가 우리가 보내주었던 돈이라며 목사님 앞에 내밀었을 때, 목사님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다시 돌려주시며 타코라디 집회 준비를 위해 쓰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리빙스턴 목사를 비롯하여 우리 일행 모두는 숙연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아, 신뢰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신 한없는 용서의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비록 우리가 우리의 인간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그릇 행하고 실수하고 넘어졌을지라도 기다려주시고, 참아주시고, 우리가 다시 그분을 찾을 때 과거를 묻지 않으시고 조용히, 그러나 아주 든든한 팔로 우리를 감싸 안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 말이다.

프란시스 목사는 얼마나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타코라디 집회를 최고의 집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분골쇄신(粉骨碎身)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리고 우리가 오부아시 집회를 마치고 아크라 공항까지 차로 4시간을 달려 저녁 6시쯤 도착했을 때, 그는 그의 일행들과 함께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공항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 수속을 받는 장소까지 따라오며 짐을 들어주고, 큰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신뢰보다 더 큰 사랑이 있을까? 조건 없이 인내하며 믿어주는 큰 신뢰의 자세가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크라 공항을 힘차게 이륙한 루프트한자 여객기에서 황량한 아프리카 땅을 내려다보며 마치 저 멀리서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을 프란시스 목사의 활짝 웃는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으로 변화된 저들을 통해 이제 아프리카에 변화의 물결, 생명의 물결이 흘러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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