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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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목차 › 잠언 에세이

일하니까 욕도 먹는 거야!

353호 · 2006-11-29

아들아,

배고플 때 라면을 끓여먹으려면 주방이 조금 어지럽혀지는 건 사실이지. 라면봉투며, 스프봉투며, 또 계란이라도 하나 넣으면 계란껍질이며 주방에 남게 되지. 그런데 그 때 누군가 들어와 ‘왜 이렇게 어지럽혀놨냐?’고 하면 기분이 좀 그렇지 않겠니? 다 먹고 치울 건데 말이다. 그렇다고 배고픈데 주방 더러워질까봐 굶을 수 있겠니?

아비의 비유가 합당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하려하면 조금 어수선하고 때로는 소리도 나고, 더는 라면 그릇을 엎듯 실수할 때도 있지. 그런데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고, 더는 심한 욕설까지 해대는 경우가 있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려하는 것에 용기를 내지 못하지. ‘일하면 욕먹어. 그러니까 안하는 게 상책이야.’ 하고 말이다.

이런 반응들이 어디서 제일 많이 나타나는 줄 아니? 교회 안에서란다. 그래서 성도들이 조장, 구역장 일을 기피하고 있다 하더구나. ‘해봐야 욕이나 먹는 일을 왜 하냐?’는 거야. 일 안하고 있으면 욕은 안 먹는다는 심산이지. 그러나 성경은 말씀하고 있단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 소가 없으면 당연히 마구간은 깨끗하겠지. 그러나 마구간만 깨끗하겠니? 마구간이 빈 것처럼 곳간도 비게 됨을 사람들은 모르는 게지. 소 때문에 마구간이 조금 더럽고 집 안이 지저분하더라도 소의 힘을 빌려 농사를 부지런히 지어 곳간을 채우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니겠니? 마찬가지로 주의 일을 하다보면 곱지 못한 시선과 말을 받을 수 있지만, 결실을 거둬 주의 나라 곳간을 채울 수 있지 않겠느냐 이 말이란다.

아들아,

일하기 때문에 욕도 먹는 거란다. 일하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일하기 때문에 소리도 나는 거야. 그러나 욕먹기 싫어서, 실수했다는 소릴 듣기 싫어서, 소리 나는 게 싫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릇이 더러워지니까 밥도 굶어야 하고, 옷이 더러워지니까 입지 말아야 하는 것과 일반 아니겠니?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실수하지 않기 위해 주일에 교회만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실수를 하더라도 주의 일에 나서는 사람일까?

말하나마나 일하는 사람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한 자 일거다. 물론 소리 내지 않고 실수하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만 사람이 어디 완전해야 말이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자가 되면 안 된단다. 그럼 평생 남의 집에 장 얻으러 가야하지 않겠니? 너도 혹 교회 일에 이런 자세라면 오늘 바로 잡는 게 좋겠구나. 욕 좀 먹으면 어떠냐? 잘 하려다 그런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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