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글씨 크기 보통16
340호 목차 › 옹달샘

칼집과 칼

340호 · 2006-08-30

아이가 막바지 여름이 아쉬운 듯 가족여행을 주장했다.

“아빠, 우리도 바닷가 한 번 가요. 다른 아이들은 다 다녀왔다는데… 개학하면 애들은 막 자랑할 텐데 나는 뭐라고 해요?”

하긴 여러 가지 이유로 근래에 가족들끼리 오붓한 여행 한 번 못했다. 말 나온 김에 우리는 짐을 꾸려 동해로 떠났다. 날은 찜통이었지만 모처럼 나들이를 한 우리는 더 말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바닷가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환호하며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었다.

“그래, 오길 잘했어, 저렇게 좋아하는데 말이야.”

한참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파라솔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엄마, 수박 좀 줘요. 갈증 나요.”

아이들의 재촉에 엄마는 칼을 칼집에서 꺼내 수박을 잘랐다. 한 번에 쩍 벌어지는 것이 잘도 익었다. 수박을 자르고 엄마는 다시 칼을 닦아 칼집에 잘 넣어둔다. 이것을 본 아이가 수박을 입에 문 채 한 마디 한다.

“엄마, 조금 있다 다시 쓸 건데 뭐 하러 칼집에 넣어요?”

“너희들 다칠 까봐 그러지. 칼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잘못 다루면 아주 위험한 것이야!”

칼이 실력이라면 칼집은 인격이다. 칼은 맨손으로는 자를 수 없는 것을 자르고, 여러 모양을 낼 수 있게 하는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이리저리 아무 데나 뒹굴면 칼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실력은 이 세상을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실력이 있어야 미래를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격이 수반되지 않은 실력은 날카로운 칼이 그냥 아무 데나 뒹구는 것이나 같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실력자가 인격을 겸하지 못하면 남의 지식이나 빼내는 해커가 될 것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자가 인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세계적인 명화나 베껴서 진짜처럼 팔아먹을 것이다. 법을 잘 아는 자가 인격을 겸비하지 못했다면 법을 이용해 남의 뒤통수나 치는 사기범이 될 것이다. 무인격자의 실력은 오히려 다른 많은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칼은 갈수록 잘 들고, 잘 들어야 좋다. 그래야 힘들이지 않고 썰 수 있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썰 수 있다. 실력도 갈고 닦을수록 좋아진다. 그래야 세상을 힘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칼에는 칼집이 꼭 필요하듯, 실력과 인격은 항상 동반해야 한다.

실력과 인격을 갖춘 자들을 보면 절로 우러러보인다. 그들의 실력이 그의 인격대로 아름다운 곳에 사용되고, 인류를 위해 이바지되며, 꼭 필요한 곳에, 제자리에 쓰일 때면 머리가 숙여진다. 인격 있는 부자들이 자신의 재물을 사회에 환원하고, 가난한 자를 도움으로 자신이 청지기임을 나타낼 때가 그렇고, 의술을 가지고 산촌이나 어촌을 찾아가는 자들을 볼 때 그렇다. 반면에 인격 없는 졸부들은 투기나 하고 놀음이나 하고 사치스런 생활로 광란에 가깝지 않은가.

기차 레일처럼 실력과 인격이 나란히 갈 때 진정한 성공, 칭송받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기차가 전복되지 않고 잘 달리게 될 것이다.

인격과 실력을 겸비하라. 실력이 인격의 틀 안에 있을 때 그 실력이 더욱 빛나 보이고, 인격에 실력이 플러스 될 때 그 인격이 더욱 돋보이리라. 날카로운 칼을 칼집에 넣어라.

‘이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벧후1:5~7).

340호 다른 글

커버스토리
Text 주일설교
성도들의 간증
지혜의 말씀
귀를 기울이세요
Cartoon
붕우칼럼
나눔의 지혜
잠언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