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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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목차 › 잠언 에세이

다투지 말라

315호 · 2006-03-08

아들아,

십여 년 전에 제주도 앞바다에서 아비는 ‘모래와 파도’라는 시를 썼단다. 아비가 멀리서 보니 파도가 세차게 밀려오는데 바위는 그것을 맞받아치더구나. 그러니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는 거야. 물론 아비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위도 어딘가 상처를 입었을 게다. 그런데 같은 파도가 모래에 밀려오니 모래가 거센 파도를 다 안아버리는 거야. 마치 어미가 새끼를 안듯, 현숙한 아내가 세파에 찌든 남편을 품듯 말이다. 그리고 보글보글 미소를 짓더라. 그러니 아무리 거센 파도라도 잠잠할 수밖에. 아비는 그것을 보다가 막 모래사장으로 뛰어 내려갔단다. ‘그래, 내가 품으면 되는 걸.... 이제는 내가 모래처럼 모든 것을 안는 목자가 되어야지.’

잠언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다투는 시작은 방축에서 물이 새는 것 같은즉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시비를 그칠 것이니라.’ 방축에서 물이 새니 그것이 오래 버틸 수 있겠니? 가정이라는 방축에, 기업이라는 방축에, 교회라는 방축에 물이 새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곧 무너지고 말 거다. 그러나 모래처럼 거센 파도를 안아버린다면 절대 다툼이 일어날 리 없지.

아들아,

투견이란 싸우기 위해 존재한단다. 투견은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노려보고 으르렁거리고 주인이 고삐만 늦추면 달려들어 상대를 물어뜯지. 세상에는 투견과 같은 자들이 더러 있단다. 그래서 사사건건 덤비고 싸우려하지. 그들은 그것이 옳은 줄 안단다. 투견에게 싸우는 것이 자기 일이듯 말이다. 그러나 그들을 상대로 절대 다투지 말라. 절대 손바닥이 마주치지 않고는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니 다툼에 동요되지 말고 싸움을 피하고 넓은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해라.

십여 년 만에 제주도 앞바다를 다시 가봤단다. 참 많이 변했더구나. 그러나 진리는 변하지 않았더라. 여전히 바위는 파도와 싸우고 있어 시끄러웠고, 모래는 거센 파도를 잠재우고 보글보글 웃고 있더구나. 아비는 모래처럼 모든 것을 포용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왔단다. 너도 부디 아비가 전하는 이 말을 네 가슴에 새겨 평온한 세월을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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