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다
나는 아들들에게 방학 중에는 배낭을 메고 세계를 돌아보라고 한다. 한 끼 천원안팎의 식사를 할 것이며, 주로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라고 못 박는다. 그리고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감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몸으로 느껴보라는 것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여행은 소용없다는 뜻이다.
사람은 보고 들은 것 이상 초월하지 못한다.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이 그 사람의 한계다. 그러니 많이 보고 많이 체험하면 그 사람에게 세상은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 된다.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체험이상의 공부는 없다. 운전교습을 받아보면 알지 않은가. 교실에서 아무리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운전대 한 번 잡아보고, 액셀러레이터 한 번 밟아보는 것이 낫다는 것을.
감상하는 것으로 세상을 알기는 어렵다. 부딪쳐 넘어져도 보고, 한 대 얻어맞아보기도 하고 해야 세상이 바로 보인다. 감상이 이상이라면 체험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 연애는 서로를 감상하는 것이므로 이상적일 수 있으나 결혼은 현실이다. 직접 설거지통에 손을 넣어야 하고, 가족을 벌어먹어야 하는 현실 말이다.
나는 자녀들이 새장에 갇힌 새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새장의 새는 먹이 걱정 없고, 먹잇감 될 위험이야 없겠지만 너른 세상을 볼 수 없음은 물론 창공을 날아오르는 짜릿한 맛을 평생 모르지 않는가.
곧 방학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체험할 기회를 줘라. ‘공부나 하지, 어딜 가냐?’고 할 것이 아니라 세상과 부딪쳐 세상의 맛을 보게 하고, 더 너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하라. 그들이 분명 책에서 배우지 못한 산지식을 터득할 것이고, 부쩍 자라게 됨을 보게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