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나가려면 무기부터 준비하라
‘심으면 반드시 거둘 때가 있다’는 말은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다. 우리가 지난 1992년 일본 선교의 첫발을 내디딘 이후,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일본 전역에 20여개가 넘는 교회를 세우게 하셨다.
하나님보다 물질을 숭배하는 경제대국 일본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우는 일이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은 온갖 어려움을 믿음으로 이겨내고 이제 확실한 자립의 터를 공고히 하였다. 특히 동경 우에노 공원에서 일본 노숙자 3,000여 명을 먹이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 심목사나 오사카에서 역시 1,500여 명의 노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서범석 목사는 우리 교단이 자랑할 만한 눈부신 성과를 일구어내고 있다. 이는 오로지 일신의 영달이나 가정보다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역에 목숨을 걸고 매진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우에노 공원 집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노력의 결실에 가슴 뿌듯해했고 신주쿠 세미나를 통해 날로 성장해가는 우리 선교사들의 모습을 재삼 확인하였다. 이초석 목사님은 신주쿠 세미나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모인 무리들의 영혼을 울리는 김장길 목사의 기도와 설교를 접하시고는 매우 고무되셨다. 일본의 제자 가운데 심목사, 서범석 목사만 자랑거리인 줄 알았는데 이처럼 성장해주니 더없이 기쁘셨던 것이다. 목사님은 세미나 일정을 마치고 저녁 만찬석상에서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자랑과 사랑은 다르다며,
“나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 내가 양육하고 안수한 목사들인데 내가 어찌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랑과 자랑은 다른 것이다. 사랑은 하되 자랑할 수 있으려면 자랑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동안 심목사나 서범석 목사가 나의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오늘 김장길 목사가 나를 너무도 기쁘게 해주었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이렇게 성장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에 나와 선교를 한다고 결심했으면 열 일 제치고 일본어를 마스터해야 한다. 이는 선교를 위한 무기요 연장이 바로 이 나라 말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찌 일본인들에게 파고들어갈 수 있겠는가. 오늘을 일기에 기록하고 결심하고 입에 칼을 물어라. 내가 내년에 다시 올 때는 모두가 유창한 일본어로 설교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향한 당연한 바램을 표현하신 것이지만, 사실 해외선교에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 나라 말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이다. 이는 전쟁의 무기요 일터의 연장이다. 그런데 전쟁에 나가는 병사가 무기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작부터 패배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일터에 나가는 자가 연장을 챙기지 않고 나가면 도대체 무엇으로 일하겠다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선교의 열정만 앞세우며 해외선교의 낭만에 젖곤 한다. 무조건 가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리라는 생각은 너무도 무책임한 발상이다. 현장에 나가 직접 부닥치게 되는 영혼들이 누구인가? 바로 그 나라 말과 그 나라의 문화를 숨 쉬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그런데 그 나라 말을 모르고 열정만 앞세워 어찌 그들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그들을 예수 앞으로 끌어낼 수 있겠는가. 믿음, 믿음 하며 화로 없는 불처럼 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해외 선교사로 나간다는 것은 한번 외치고 돌아오는 길이 아닌 것이다. 바로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생활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의 현장에 적용하고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선교에 비전을 갖고 있는 자들이 명심할 일이다.
목사님은 이튿날 하네다 공항에서 서울로 향하기에 앞서 공항에 나온 모든 선교사 및 성도들을 한자리에 모여 놓고 당부의 말씀을 전하셨다.
“다음부터는 집회를 마치고 떠나기 전에 반드시 일본의 모든 선교사들과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넓은 지역에 서로 떨어져있는 관계로 다함께 모이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왔을 때 모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러분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국타향에 와서 이처럼 꿋꿋하게 생활하며 신앙을 지키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너무도 감사하다. 나는 반드시 하나님 앞에 여러분을 자랑할 것이다.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이 신앙의 선배로서 일본인들에게 신앙의 기준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아, 믿는 자들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구나!’하는 기준을 여러분이 여러분의 생활로써 그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하나님 자녀의 권세를 보여주고, 그리스도의 향기로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도토리를 심을 때는 다람쥐나 토끼가 보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여러분이 구제를 할 때는 남이 모르게 은밀히 해야 한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말씀을 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한다면 바로 여러분을 통하여 일본은 복음화 되고야 말 것이다. 큰 꿈을 갖고 기도하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여러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마치 아비가 자녀를 앉혀놓고 가슴을 여는 것처럼, 목사님의 가르침은 모인 자들의 마음을 기쁨으로 적시기에 충분했다. 멀리 여행을 떠났다 오려는 아비가 자식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켜주며 떠나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