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들어줘라
여보게,
자네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지. “자넨 정말 변했어. 자네 급한 성격을 내가 너무 잘 아는데, 어떻게 성도들이 말하는 것을 그토록 오래 들어줄 수 있어? 느긋한 성격인 나도 곁에서 듣기 정말 힘들던데….”
맞네. 난 정말 성격이 급했지. 내말하기도 바쁜데 남의 사연을 어찌 듣고 있었겠는가. 그런데 자네 말대로 난 참 많이 변했다네. 난 이제 들어주는 것에 도사가 되었지. 명의가 환자의 말을 다 듣는 것처럼, 나도 이제 영적 명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보네.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요, 그것은 욕을 먹기에 합당하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은 거야. 그리고 그들의 말을 다 듣다보면 그들 말 속에 다 답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네. 웅덩이 물을 다 퍼내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않는가. 나를 찾아온 성도들의 말을 듣다보면 그들이 뱉어내는 말에 다 해결방안이 있지. 명판사가 판결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네. 그들의 말을 오래 듣다보면 진의가 드러나는 법이거든. 그러니 명의나 명판사의 제일 덕목은 잘 들어주는 것이지. 자네도 남의 말을 들어주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나.
여보게,
자네 무엇을 잘못 먹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본 적이 있지? 그 때는 어떻게 하나? 화장실에 가서 대변으로 쏟거나 아니면 토해내야 속이 시원하지 않은가. 같은 이치일세. 속이 부글부글 끓는 사연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누구에게든 털어놔야 속이 시원하다네. 다 털어놓고 나면 굳이 내가 처방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진정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네. 화장실에서 쏟고 토하면 굳이 소화제 필요 없지 않은가 말일세. 그러니 들어주는 것이 곧 처방일세. 그래서 상담의 기본은 들어주는 거라네.
자네 오늘 집에 들어가서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줘보게나. 자네 입은 다물고 아내의 속내가 다 드러내도록 들어주는 시간을 갖게. 그리고 자네 아들들하고도 그렇게 해보게나. 그러면 그동안 가정에 맴돌던 차가운 기운이 다 사라질 테니….
말하기를 더디 하고 듣기는 속히 하는 자가 되면 자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임을 명심하게나. 자네로 인하여 그 사람들의 속앓이가 풀리기를 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