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이 과정을 대변한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일본은 김포-하네다 노선의 신설로 더욱 가까운 느낌이었다.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우리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는 일본 지교회의 목사 및 성도들이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느 해외집회와 달리 마치 국내집회와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2년 만에 목사님을 만나게 된 성도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꽃다발을 안기며 흥겨워했다.
우리는 오후 1시부터 진행될 우에노 공원 집회를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 겨를도 없이 우리는 장비만 챙겨 바로 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우에노 공원 야외 음악당에는 집회에 참석한 노숙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음악당 양측 출입구에는 노숙자들에게 제공할 음식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대부분 주일미군부대에서 공수해온 것들이라 한다.
사실 그동안 심목사 부부가 노숙자 사역에 쏟은 피와 땀은 오늘의 결과를 충분히 대변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사모를 통해 엿듣게 된 저간의 이야기들은 정말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었다. 노숙자들을 먹이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맥도날드 햄버거 집이 문 닫을 즈음 팔고 남은 찌꺼기를 걷어가기 위해 음식물회수차량과 신경전을 치러야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미군부대까지 소문이 흘러들어가게 되었고 처음에는 미군들이 먹다 남긴 쓰레기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아예 예수중심교회 코너가 마련되어 한주에 두 트럭분씩 약 2천여만 원어치의 음식물들을 공수해와 노숙자들에게 먹이고 있다. 심지어는 미군부대 부녀자들이 음식을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 이들의 사역은 이제 우에노 뿐만 아니라 긴자, 신주쿠, 요코하마를 비롯 일주일에 네 지역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정말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음식 장만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한다. 온전히 하나님께 바쳐진 생활이었다.
일본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라는 강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데 그 그늘 아래 엄연히 존재하는 노숙자들이 그들로서는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달갑지 않은 측면이다. 그러다보니 모두 야외에서 진행되는 이 집회들에 대해 방해가 보통이 아니었다. 더구나 기독교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집회를 불허하느니, 고발하겠느니 하며 협박을 일삼는다.
그러나 심목사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고발할 테면 해라, 내가 너희 말을 들으랴, 하나님 말을 들으랴, 만일 고발하면 종교탄압국가로 세계에 알리겠다.’ 정말 하나님을 두둑한 후원자로 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담대함이 아닐 수 없다.
매주 화요일은 긴자거리로, 수요일은 신주쿠, 목요일은 요코하마, 금요일은 우에노 공원, 그리고 토요일엔 음식을 장만하고 주일에는 다시 우에노에서 예배를 갖는다. 사모의 말이 ‘우리는 이제 어디다 풀어놓아도 당장 천명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즉시 장만해낼 수 있다.’고 한다. 백전노장의 야전군지휘부를 연상케 한다. 더구나 이들이 장만해내는 음식은 일일이 정성을 들여 요리를 하는 관계로 이미 노숙자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이렇듯 영혼을 사랑하는 열정과 정성, 그리고 오래 참는 인내의 결실이 오늘 일본 노숙자 선교에 큰 획을 긋게 한 것이라 확신한다. ‘과정은 결과를 대변할 수 없지만, 결과는 과정을 대변한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실제적으로 공감되는 현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