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아름다움을 아는가
여보게,
오늘 해가 지는 붉은 노을을 보았네. 타는 듯한 하늘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는 할 말을 잊었다네. 언젠가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본 적이 있지만 이만큼 황홀하지는 않았다네. 사람들은 나이가 드는 것에 겁을 내고 안타까워하지. 그러나 나는 황혼의 물든 저 하늘처럼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네. 젊은 자의 영화가 힘이라면,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 아니겠나.
자네나 나나 이제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렸지. 이것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생각하네. 의로운 길에서 얻어진 면류관 말일세. 굽이굽이 고갯길 같은 인생을 잘 견디어 온 상징이라 할까. 이제 인생이 무엇인 줄 알만 하고, 인생의 길이 무엇인지도 알겠고, 진리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네. 나무가 굵어지는 것은 나이테 때문이지. 나이테가 굵어져야 볼품도 나고, 세찬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게 된다네. 우리의 연륜으로 이제는 웬만한 일에 놀라지도 겁먹지도 않게 되었지 않은가 말일세.
요즈음 내게 낙이 있다면 손자들을 보는 것이라네.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라지. 어린 것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네. 손자들이 나에게는 보약과 같은 존재들이야.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손자들을 보면 피로가 한꺼번에 다 씻은 듯이 풀리고, 새 힘이 돋거든. 자네도 손자의 재롱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 말이 절대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걸세.
여보게,
늙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늙게 된다네. 나이가 풍부해졌다고 생각하게. 그러면 모든 것이 풍족해지지. 사실 사랑도 젊었을 때보다 풍족해지고, 남을 이해하는 폭도, 지혜의 폭도 넓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사막에서는 늙은 낙타를 타라는 말이 있는 거라네. 또 참 편해진 나이라고 생각되네.
젊은 시절이 넥타이를 맨 상태라면 지금은 파자마를 입은 편안한 차림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이든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 나이든 것을 서러워말게나. 120살까지 살려면 아직도 청춘이지 않은가!
해 저무는 하늘을 올려다보게나. 붉은 노을이 타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게.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