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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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을 초월하지 말자

275호 · 2005-06-02

아직 러시아는 선선한 날씨였다. 9시간을 날아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구 레닌그라드)는 백야의 계절로 밤 9시가 넘어도 대낮이었다.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대제가 300년 전에 건설했다는 이 아름다운 도시는 앞으로 러시아에 대박을 안겨줄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리의 로마나 프랑스의 파리가 조상의 유물을 잘 보전하여 엄청난 관광수입을 얻고 있다면, 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그만한,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보석 같은 도시였다. 장엄한 이삭성전이나 웅장한 겨울궁전, 그리고 그림 같은 여름궁전, 수많은 박물관, 도심을 관통하여 이리저리 흐르는 내천과 그 양옆으로 펼쳐진 멋스런 건축물들, 정말 파리에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도시다.

이제 문제는 러시아의 국가 지도자들이 얼마나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이 도시로 세계의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아름답고 적합한 환경을 가꾸느냐에 달려있다. 아직도 러시아는 입국이 까다로운 불필요한 절차들로 관광객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유럽의 도시들처럼 간편히, 별다른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도시를 깨끗하게 정비해낸다면 이 도시는 정말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며 러시아 경제에 톡톡히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이튿날 우리는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 발트 해 상공을 지나 칼리닌그라드에 도착했다. 칼리닌그라드는 2차대전 이전 만해도 독일영토였던 곳으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외딴 섬처럼 러시아 본토하고는 떨어져 있어 서쪽으로는 독일과, 동쪽으로는 리투아니아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2년 전 9월에 방문했을 때는 발트 해의 변덕스런 일기로 인해 수시로 비가 내리고 도로 곳곳이 패여 있어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인상이었는데, 이번에 도착해보니 화창한 봄 날씨에 도로 곳곳은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러시아 경제가 꿈틀대는 현장을 실제로 목도할 수 있었다.

공항에는 그레고리와 방송기자인 릴리아가 나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바로 TV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칼리닌그라드에 대한 기대’를 묻는 릴리아 기자의 질문에 총회장 목사님은 ‘러시아가 그 옛날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던 초심으로만 돌아가면 이 도시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공항을 나오면서 릴리아 기자는 이 도시에서 기독교 방송국을 운영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총회장 목사님은 그 자리에서 그녀를 축복하며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공항 밖에는 멋진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구인들이 결혼식에나 이용하는 아주 긴 리무진이었다. 한국에도 다녀갔던 사업가 베드로가 총회장 목사님을 위해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의 벤츠, BMW를 비롯한 유럽의 명차들 가운데 중고차들을 수입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총회장 목사님은 지난 집회 때 그의 사업장을 찾아가 축복기도를 해준 적이 있다.

그레고리는 많은 걱정 속에 있었다. 집회를 위해 계약했던 체육관이 방해로 갑자기 이틀 전에 취소되어 급히 다른 장소를 구했는데 작다고 걱정이었다. 또한 이곳 교회지도자들이 방해를 일삼아 집회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도시 외곽에 세운 기도원 성전이 있었는데 바로 어제 관청에서 나와 다 때려 부쉈다고 한다.

꿈은 크게 갖되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총회장 목사님은 그들에게 ‘아무 걱정 말라, 하나님은 결코 손해 보시지 않는다. 나는 이런 일에 아주 익숙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강하고 담대하라’고 격려하시며, ‘그러나 법위에 잠을 자면 안 된다. 아무리 믿음도 좋지만 법을 준수하며 일해야 한다. 불법으로 건축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가뜩이나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핍박이 많은 나라에 교회건물을 짓는 일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분명 네 꿈에 내가 명하는 대로 집을 짓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또한 사람을 얻는 자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이다.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해라. 내 말대로만 따라오면 너는 성공할 수 있다’고 훈계하셨다.

사람들이 가끔 오해하는 것이 있다. 하나님의 일이라고 무대포로 밀고 나가면 다 되는 줄 알다가 여기저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면 악한 것이 방해한다며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 그러나 예수님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세상 법을 무시하지 말고 준수하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천국시민이지만 그곳에 가기까지는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꿈은 크게 갖되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믿음이라며 ‘하나님이 어떻게 해주시겠지’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며 게으름과 다르지 않다. 땀 흘려 수고해야 합당한 열매를 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녁 식사 대접을 한다던 베드로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전 같았으면 벌써 나타나 목사님을 모신다고 난리일 텐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사람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진심을 나눈 사이라고 믿었던 끈끈한 인간관계가 단지 교회 지도자들의 그릇된 말로 인해 훼손될 때, 그 씁쓸함이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가는 길에 그 어떤 일들이 가로놓여있다 해도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신 적 없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지금까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새로운 전진을 계속해왔다. 우리는 그가 꿈이라도 꾸고 깨달아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기도에 귀 기울이고 계심을 믿기 때문이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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