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보이던 길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 잔뜩 찌푸리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하던가? 이튿날 오전 세미나가 끝나기도 전에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건기(乾期)라는 말이 무색했다. 사람은 없고, 비는 내리고 정말 오직 의뢰할 분은 오직 하나님, 하나님 한 분밖에 없었다.
총회장 목사님은 눈이 짓무를 정도로 눈물로 통곡하며 하나님께 부르짖고 또 부르짖기를 멈추지 않으셨다. 사실 집회가 성공적으로 성황을 이루면 아무리 힘들어도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토록 어려움을 겪게 되면 목사님을 뵙기도 면구스럽고 심신이 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니 현지에서 집회를 준비한 신민호 선교사나 함께 일한 자들의 마음이 어떨까 가히 짐작이 간다.
세례 요한이 예수님이 오시는 길을 잘 예비한 것처럼, 집회를 준비하고 돕는 자들이 총회장 목사님께서 마음껏 주를 영화롭게 하실 수 있도록 예비함이 마땅하거늘, 그에 못 미칠 때 심정은 정말 바늘방석이요, 쥐구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총회장 목사님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띄우는 자세로 더욱 검에 날을 세우신다. 어쨌든 이 전쟁은 연습이 아니라 실전(實戰)이요, 진검승부이기 때문이다.
첫날 필리핀 말인 따갈로어 통역을 담당한 ‘에덴’ 자매의 목소리가 뒤의 회중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사람을 준비하고 계셨다. 총회장 목사님의 차를 운전해 주고 있는 빅(Vic) 목사가 영어에 유창한 박사 출신이었던 것이다.
정말 하나님은 가까운 곳에 수양(羊)을 준비하고, 샘물을 예비하고 계시다더니 그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빅 목사는 오로지 DVD로 제작된 총회장 목사님의 집회영상물을 보고나서 이렇게 훌륭한 목사님을 위해 손수 운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는데, 통역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나 감사하다고 선물까지 들고 와 거듭 사례(謝禮)를 표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일은 정말 은혜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은혜가 없으면 사람들이 하나님의 일을 가지고 돈을 벌려 하고 자신의 배만 채우려는 그릇된 길로 가게 된다. 총회장 목사님은 설교할 때마다 반드시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고 하신다. 영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임훈 박사가 처음 영어 통역을 시작하게 될 때, 무료로 통역을 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가 총회장 목사님께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설교를 하는 나도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고 하는데 통역을 무료로 해준다고? 자네도 먼저 헌금을 하고 통역을 하든지 말든지 하게.”
임훈 박사는 이 날벼락을 맞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지금까지 총회장 목사님과 함께 사례를 받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데 동역하고 있다. 감사가 떠난 곳에는 결코 은혜가 있을 수 없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들이 감사가 없다면 이미 죽은 믿음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정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총회장 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동역자들의 기도로 비는 멈추었다. 낮에 도심을 누비며 노방전도에 힘쓴 대학부원들이 집회장소에 다시 모여 의자를 깔고 물에 젖은 단상을 수건을 짜가며 물기를 걷어내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가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고 이 땅에 불을 던지는 일은 결포 물러설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우리의 사명이다
늘 한국에서 영상을 통해서만 본 집회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번 집회는 더 없는 교육의 장이 아닐 수 없었다.
집회 이튿날 밤에도 성령께서는 동일하게 역사해주셨다. 더러운 귀신들이 소리를 지르며 떠나가기 시작했고, 각색 질병이 예수 이름으로 고침을 받았다. 귀머거리가 말을 듣고 벙어리가 말을 하며, 목발을 짚고 올라온 자들이 걷기 시작했다. 총회장 목사님은 이 날도 동일하게 한사람씩 전도하라며 손을 들고 하나님과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무엇인가 꿈틀대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집회 마지막 날, 낮에는 그토록 청명하던 날씨가 해가 지기 시작하자 다시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늘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면서도 이런 하늘을 보게 되면 다시 또 마음이 몹시 다급해진다. 오늘은 대학부원들도 한국으로 돌아갔고, 집회를 도울 인원도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어찌하랴. 더욱 하나님을 의뢰할 수밖에.
그런데 저녁에 집회장에 나와 보니 강풍이 불어 의자들이 날아가고 스크린이 찢어지는 등, 한판 난리가 일었다고 한다. 해가 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하늘의 구름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빠른 구름의 이동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하늘 가득 비추는 달을 사이에 두고 구름들이 속속 자리를 뜨고 있었다. 바로 성령께서 급하고 강한 바람으로 역사하고 계셨던 것이다.
집회장은 첫날보다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연일 성령의 역사를 일으키며 한사람씩 전도해오라는 총회장 목사님의 호소가, 그리고 눈이 짓무르도록 애통하며 아뢴 진실의 기도가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인 결과였다. 동일한 성령의 역사 가운데 정말 아름답게 집회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모두가 참으로 아쉬워했다. 광고만 제대로 되었으면 더 많은 무리들에게 이 기적의 현장을 보여주며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할 수 있었을 텐데….
총회장 목사님은 모인 무리들에게 머지않아 반드시 다시 올 것을 약속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포기는 곧 자살행위임을 알기 때문이다. 필리핀 땅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고 이 땅에 불을 던지는 일은 결코 물러설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우리의 사명이요, 필리핀을 하나님의 나라로 접수하기 위해서도 이 전쟁은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