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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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호 목차 › 옹달샘

야호! 정상이다

250호 · 2004-12-09

이른 봄, 나는 정상 정복을 꿈꾸며 입산(入山)했다. 산 입구는 경사가 완만했고, 나에게는 힘과 열정이 있어 약간 상기된 기분조차 들었다.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의욕이 있어서 그런지 나처럼 산 정복에 나선 사람들 중 더러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더러는 야심찬 발언을 하고, 더러는 새순이 돋은 잔가지에 감탄하며 여유 있어 보였다.

그렇게 여름이 되었다. 나는 더위와 갈증에 조금씩 지쳐갔다. 만만찮은 경사가 버거웠고, 배낭에 짓눌린 어깨가 아팠다. 나는 갈등하게 됐다. ‘정상은 아직도 먼데… 이것은 무리한 도전이 아닐까. 내가 무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돌아 내려갔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결정이 틀렸는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든다.

나무마다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 아름답다. 나는 제법 높은 산허리쯤에 올라섰다. 그러나 갈수록 좁아진 길, 더욱 가파른 길이 내게 가을의 낭만을 즐길 겨를을 주지 않는다. 다리는 힘이 풀려 자꾸 미끄러지고 온몸에 진땀이 흐른다. 처음의 열정은 더는 내게 없다. 대신 인내를 가슴에 채웠다. 여기쯤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있어 몸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

이제 12월 중순, 탈진한 몸과 지친 마음인 내 눈에 정상이 들어온다.

갑자기 새힘이 솟는다. 도중에 하차하고픈 마음을 억누르기를 잘했다. 대세를 따르지 않고 소신을 갖길 참 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산할 때 무던히 갈등했었다. 그러나 이제 저기 정상에 오르면 세상이 발아래 있을 것이고, 정상은 내 것이 된다. 산 정상이 왜 좁은 지 이제 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포기하고 하산하기 때문에 정상은 굳이 넓을 필요가 없다.

나는 이제 알았다.

산 정상에 이르는 것은 결코 산과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곧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내 자신만 정복하면 산이 제아무리 가파르고 높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이기면, 나를 정복하면 세상이 턱없이 무례하다 해도 내게 무릎 꿇게 되어 있다.

내년 나는 다시 정상을 향하여 도전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힘에 버겁더라도 정복의 쾌감을 알기에 다시 도전할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중 백두대간을 다 정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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