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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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는 토끼사냥에도 혼신을 다한다

241호 · 2004-10-06

힘든 여정이었다. 스케줄을 맞추느라 우즈베키스탄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이용하여 심야비행에 나선 것이 피로를 가중시켰다. 아직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까지 직항노선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시켄트를 경유하여 비슈케크로 가는 여정을 잡았다.

새벽 2시(현지시각)에 타시켄트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환승터미널에서 4시간여를 기다려야 했다. 환승터미널은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비슈케크 행 여객기는 6시가 넘어야 출발할 예정이었고 중앙아시아 담당 나빈 선교사는 아직 공항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간단히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중 공항 유리벽 너머로 나빈 선교사 가족이 보였다. 아직 들어올 수는 없고 곧 세르게이 목사가 공항에 나와 총회장 목사님을 뵙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세르게이 목사는 지난 6월 갑자기 고혈압으로 눈에 실핏줄이 터지며 쓰러졌다. 이 소식을 접한 총회장 목사님은 세르게이 목사를 즉시 한국으로 후송조치 하거나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대통령이 이용하는 그 나라 최고의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지시했다. 그곳의 의료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타시켄트 집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그를 어떻게든 치료해 줘야 한다는 진심에서였다. 다행히 약품만 보내주면 된다고 하여 필요한 약품을 한국에서 직접 보내준 일이 있었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끼리 통하기 마련이다. 세르게이 목사는 총회장 목사님의 진심을 읽었기에 그 새벽,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항에 나온 것이었다. 비자가 없는 관계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유리벽 사이로는 서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필담으로 안부를 묻고 표정으로 반가움을 나눠야했다. 아직 눈이 완전치 않아 앞을 잘 보지 못한다는 말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러나 총회장 목사님을 만나자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기쁨에 넘쳐있었다.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없기에 총회장 목사님은 기도해 주겠다며 유리벽에 손을 대라고 말했다. 그리고 서로 유리 사이로 손을 맞대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진심을 교감하며 밤이 깊은 새벽 시간에 공항 유리벽 사이로 손을 맞대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항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슬라바 목사와 이번 집회를 준비한 누룩산 목사가 나와 있었다. 총회장 목사님의 차를 운전해 주겠다고 나선 에르킨 집사의 근교 별장에 초대를 받아 양고기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마치 우리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정겨운 시간이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 안에서의 화목한 가정과 진실한 인간미가 넘치고 있었다.

첫날 오전 목회자 세미나를 해달라는 누룩산 목사의 요청에 따라 그의 교회로 찾아갔다. 그러나 지난해 하고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었다. 용신할 틈이 없이 몰려들었던 그곳이 열기도 식어있었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위기였다. 간절한 기도만이 터져 나왔다. 우려했던 대로 첫날 저녁 집회는 작은 영화관도 차지 못하고 빈자리가 보였다. 누룩산 목사는 그저 장소는 작은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혼신을 다해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승리의 열매, 영광의 열매를 따먹게 되는 것이다

총회장 목사님만 모시면 차고 넘치리라는 안이한 생각이 나은 결과였다. 맹수들도 한낱 토끼를 사냥할 때 혼신을 다한다고 한다.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여호수아가 아이 성이 작다고 얕봤다가 어떤 꼴을 당하였던가. 매사 섰다고 자랑하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총회장 목사님은 밤이 맞도록 기도에 더욱 전심전력하셨다. 이 위기를 역전으로 반전시켜주실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물 위를 걷는 위기들이 뒤따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인간이 할일을 해놓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는 것은 결코 믿음이 아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시는 분이다. 고로 사람이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함이 마땅하다. 철저히 준비하면 철저히 성공할 것이요,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혼신을 다해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승리의 열매, 영광의 열매를 따먹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날 밤, 하나님께서는 총회장 목사님의 간절한 기도에 변함없이 응답해 주셨다. 집회장은 인파로 가득 찼고 놀라운 성령의 역사 가운데 수많은 기사와 표적이 나타나 귀머거리, 벙어리가 말을 하고 휠체어에서 일어나며 더러운 귀신들이 요동하다 소리를 지르며 떠나가는 초대교회 성령의 역사가 그대로 재현되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명작을 사모하고 고대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멋진 작품으로 응답해 주신 것이다.

‘나는 떠나지만 주의 성령께서는 여러분과 늘 함께 계실 것’이라는 총회장 목사님의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총회장 목사님은 모인 무리들을 불러 일일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하며 기도해 주셨다. 악조건 속에서도 물러서지 아니하고 받은 달란트로 최선을 다해 이익을 남겨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선한 청지기의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정말 격전을 치룬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의 작은 승리를 하늘에서 큰 박수로 기뻐해 주시리라는 확신에 우리의 가슴은 기쁨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집회를 위해 헌신으로 도운 울란 집사, 에르킨 가족, 누룩산 목사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우리는 다시 다음 집회를 위해 동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카자흐스탄 제1의 도시 알마아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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