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호 목차 › 나눔의 지혜
답답한 사람!
239호 · 2004-09-23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에 차칠이라는 사람이 장에 신발을 사러가기 위해 자기 발의 본을 떴다. 그런데 십 리나 되는 길을 걸어 시장에 온 차칠은 그만 자기가 떠놓은 본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허겁지겁 십 리나 되는 길을 다시 달려 집으로 가 발본을 가지고 다시 장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장은 파한 상태였다. 허탈한 차칠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한 사람이 다가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차칠이 자초지종을 말하자 이를 듣던 그 사람은 “아이구, 답답한 사람같으니! 당신 신발을 사는데 본이 왜 필요하오? 직접 신어보면 될 것 아니오?” 그러자 차칠은 “그래도 본 떠 놓은 것이 내 발보다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하며 투덜거렸다.
예수께서 직접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의 모습과 능력을 보이셨다. 그런데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율법을 들고 나와 대항했다. 본뜬 것을 실제에 들이밀고는 ‘본뜬 것과 차이가 난다’고 우기더니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말았다.
예수를 직접 체험하고 만나본 사람들 중에 문화적인 지식이나 이론 앞에 그 경험을 팔아먹는 것을 본다. 이것이 자기 신발을 사면서 본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과 무엇과 다르겠는가. 아! 허탕한 사람들, 답답한 사람들 같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