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핀 꽃
거실의 커다란 유리창 앞으로 목련이 피려고 합니다. 꽃망울을 머금은 것이 머지않아 개화할 조짐입니다. 아파트 입구에는 벌써 개나리가 봄의 신고식을 끝냈고요. 나무마다 물이 올라 무채색 옷을 벗고 있습니다.
당신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할 즈음이면 만물은 오히려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마치 당신의 죽음을 찬양하듯이, 당신의 고난을 노래하듯이 말입니다. 축제를 앞 둔 소녀들처럼 마냥 부산을 떱니다.
이 날은 분명 축일(祝日)입니다. 당신이 당하신 고난 때문에 가슴이 쓰리고 뼛속까지 전해오는 아픔으로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솟고 환희의 찬가가 마음에 흐르는 이유는 아마 부활의 약속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은 살을 찢어 하나님께로 가는 길을 내셨고, 당신의 핏줄을 이어 하나님과의 연락선을 만드셨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덩그러니 매달리신 당신은 한 손으로 하나님을,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우리 손을 잡아 하나되게 하셨지요. 당신이 매달렸던 십자가가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플러스(+)시킨 것입니다. 당신이 지신 고난의 십자가 때문에 우리에게 새생명이 플러스 되었으며, 당신이 매달린 수욕의 십자가로 인하여 우리에게 자유가 플러스 되었고, 당신을 죽게 한 그 십자가가 우리에게 소망을 플러스 했습니다. 그래서 이 날을 ‘고난의 축일’이라 명명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고난당하셨던 그 십자가 아래에 있습니다. 십자가 위에 핀 생명의 꽃향기에 우리는 취해 죽음의 두려움을 잊었고, 십자가에 주렁주렁 열린 영생의 열매로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풍요를 누리며, 십자가 그늘 아래서 우리는 모래바람 이는 광야 같은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평화를 누립니다.
그리고 십자가 밑 깊은 속에서 솟는 마르지 않는 샘으로 인해 다시는 목마르지 않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십자가, 더는 죽음의 표상이 아닙니다. 당신으로 인해 생명의 근원지가 되었습니다.
삼라만상이 노래하는 까닭이 여기 있나 봅니다. 죽음 뒤에 오는 부활의 영광을 알기에 만물이 일제히 환호하는가 봅니다. 당신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당신은 나의 친구요, 구세주이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