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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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호 목차 › 옹달샘

그루터기의 힘

210호 · 2004-03-05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잘려 나간 나무에서 아주 파란 싹이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루터기에서 나온 싹이 왠지 암울한 이 시대에 새 소망인양 그 앞에 마냥 쭈그리고 앉아 혼자 중얼거렸다.

“이것은 희망이야.”

작년이던가. 아파트 관리차원인지, 일조권 때문인지 경비업체 아저씨들이 거대한 나무 몇 그루를 잘라버렸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무의 생명까지 잘라내지는 못한 것이다. 남은 밑동이, 그 그루터기에서 생명은 여전히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아픈 상처 때문에 더욱 강한 생명력을 키워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싹을 틔워 아직도 건재함을 세상에 과시한 듯싶다.

세상을 푸르게 하던 나무들이 잘려 나갔다. 풍요의 나무가 잘렸고, 안정의 나무들이 속절없이 잘려나갔다. 옷을 벗은 민둥산처럼 세상은 빗물 앞에 곧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마치 음침한 골짜기를 건너고 있는 심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죽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직 뿌리가 건재하고 그루터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르고 싶다.

희망!

그것은 거룩한 자들을 향한 외침이며,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거는 기대다. 세상의 거목이 베임을 당해도, 세상의 아름드리나무가 잘려나가도 절대 절망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루터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잘려져 나가 생긴 상흔 사이로 희망의 싹을 내보내는 자들, 그 그루터기가 바로 우리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사람들, 하나님을 절대 의지하는 자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리고 꺾인 세상의 그루터기인 것이다. 우리 때문에 세상이 칠흑 같은 암흑을 면하고 있고,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 때문에 세상은 아직 소망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이 잘린 나무가 다시 잎을 드리우고 열매를 맺힐 날을 나는 꿈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아름드리나무가 될 것을 앞서 보며 소망을 노래했다. 이 시대도 곧 소생되어 기쁨의 날을 맞게 되리라. 그루터기가 남아 있는 한, 곧 희망의 노래가 물결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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