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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목차 ›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낙이사촉(樂而思蜀)

193호 · 2003-11-06

삼국시대 말기, 촉한(蜀漢)의 유선(劉禪)은 그의 아버지 유비(劉備)가 제갈공명과 관우, 장비 등 충신들의 도움을 받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간신히 세운 나라를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내어 준 무능한 임금이었다.

그는 등애(鄧艾)가 거느린 위나라가 쳐들어오자 스스로 몸을 묶고 나아가 항복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촉을 정복한 위나라 실력자인 사마소(司馬昭)가 유선에게 안락공(安樂公)이라는 봉호를 내리고 그를 위로하는 잔치를 열었다. 먼저 위나라의 춤과 노래가 어우러졌다.

승리를 자축하는 춤사위와 노래 가락에 유선의 수행원들은 망국의 설움에 복받쳤으나 정작 유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흥겨워했다. 사마소는 그의 태도에 경멸의 어조로 물었다.

“공께서는 촉(蜀)이 그립지 않으시오? 벌써 촉을 잊으시었소?”

그러자 유선은

“이곳의 생활이 즐겁다보니 촉의 일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옆에서 들은 그의 시종이 작은 소리로 충고했다.

“다음에 또 그런 질문을 받으시면 매우 슬픈 목소리로 ‘하룬들 촉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하십시오. 혹시 선처를 베풀어 줄지도 모르니까요.”

다음 술자리에서 사마소가 같은 질문은 하자 유선은 시종이 시킨 대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슬픔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이를 본 사마소가 말했다.

“어째 그 말씀은 누군가 시켜서 한 말씀 같습니다, 그려.”

그러자 유선은 히죽 웃으며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실 그렇습니다. 저의 시종이 그러라 했지요.”

낙이사촉(樂而思蜀)은 타향생활이 즐거워 고향을 생각지 못한다는 뜻으로 눈앞의 즐거움에 빠져 근본을 망각하는 잘못을 지적하는 말이다.

우리의 고향은 이 땅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타향의 문화에 흠뻑 젖어 고향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의 사명의식도 날로 희미해져 가고 있다. 세상의 풍류에 빠져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잊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낙이사촉(樂而思蜀)격이 아닌가!

세상의 쾌락과 즐거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목적지를 향하여 진군해야 한다.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고 그 나라를 향하여, 그 나라를 위하여 가야 한다. 그래야 그 날 주님의 얼굴을 뵈올 수 있게 된다.

세상 유혹에 나를 지키고, 세상 풍류에 흔들리지 않으면 금의환향할 수 있게 된다. 그 나라가 가까이 오고 있다.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기름이 없이 등불만 들고 있는 어리석은 다섯 처녀의 모습은 아닌지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다보아야 할 시기다. 우리 본향은 하늘나라임을 명심하자. 촉한의 유선같이 어리석은 자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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