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틀
아이들 학교 숙제로 판화 찍어오기가 있었다. 제법 큰 판화라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조금 도와주었다. 밑그림을 시작으로 거의 2시간동안 정성을 기울인 끝에 작품이 겨우 완성되어 가는데 그만 실수로 조각칼이 쭉 밀리면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이는 울어대고, 나도 그만 맥이 쭉 빠졌다.
공든 탑이 일순간 무너진 것이다. 아이를 달래고 다시 시작했다.
나는 인생 속에는 마치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 같은 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끄럼틀을 오르려면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야 한다. 인생의 성공에 이르는 길, 일의 성취에 도달하는 길은 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는 일순간이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면 바닥까지 그냥 논스톱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정성껏 하나하나, 한 계단씩을 쌓아놓은 탑이 일순간의 실수로 허물어질 때의 상심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거의 절망 지경에 이르고 만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작든 크든 이런 일을 경험했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일이 미끄러지는 것을 체험했을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미끄럼을 방지할 수 없다. 사람이 일을 계획할지라도 일을 성취시키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사람은 앞날의 예견력이 전혀 없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으면 언제든, 어느 지점에서든 미끄럼을 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사람의 노력으로, 의지로, 성실함으로 이룰 수 있는 경지는 한이 있다. 하나님이 거기에 함께 하시면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나님이 이를 지키시고 받쳐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손이 부족하여 당신의 인생탑을 부축치 못함이 아니다. 하나님의 손이 짧아 높은 곳까지 닿지 않음이 아니다. 우리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출입을 차단하는 바리케이드를 쳐두고 통제하기에 하나님은 도우실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가? 처음부터 하나님과 함께 시작하라. 혼자서 지금까지 왔는가? 미끄러질까 두려우니 하나님을 의지하라.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미끄러졌는가?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하나님을 붙들어라.
영원히 넘어짐 없이, 끝까지 미끄러짐 없이 성공하는 삶, 완성된 인생을 꿈꾸거든 하나님을 의지하라.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을 꼭 잡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