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안에서
터미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손마다 보따리를 들고 우왕좌왕하며 그들의 갈 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천태만상의 사람들, 목적지가 저마다 다르고 이동하는 이유도 다 다릅니다.
인생은 터미널 안과 같습니다. 목적지를 가기 위한 잠시 머무는 자리, 잠시 기다리는 대기소요, 대합실입니다.
나의 친구는 터미널 안에서 나갔습니다. 날이 유난히 청명한 날을 택하여 불혹을 조금 넘긴 나이에 그의 목적지를 향하여 갔습니다. 이별은 냉정하게 하라는 누구의 말을 실현하듯 한 마디 말도 없이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터미널 안에 둥지를 트는 자는 없습니다.
자신들이 정한 목적지를 출발하기까지 잠시 머무는 곳에 불과합니다. 인생을 영원히 이 땅에 두는 자는 없습니다. 좋든 싫든 때가 되면 누구나 차표를 가지고 터미널을 빠져 나가야 합니다. 어디로 갈 것인지는 자신만이 압니다.
터미널에 미련을 두고 있는 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터미널에는 안락한 의자가 없고 쿠션도 없습니다. 그저 딱딱한 의자가 전부입니다. 이처럼 안식이란 이 세상에는 없는 것입니다. 목적지에 다다라야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것은 잠시 있다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것이며, 안개 같은 것입니다.
물거품은 가만 두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며, 안개는 태양이 오기 전에 잠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땅에 목숨을 걸지 않아야 할 이유며, 이 땅에 목적을 두지 말아야 할 까닭입니다. 잠시 머무는 곳을 치장하는 것은 헛된 일이며, 잠시 거치는 곳에 집착하는 것은 허튼 낭비인 것입니다.
누구나 내 친구처럼 불원간 갑니다. 내 친구는 준비 없이 갔습니다. 갈 채비를 차리지 못한 채 갑자기 갔습니다. 그가 어느 목적지를 향했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우리는 그렇게 가면 안 됩니다. 모든 준비를 하고 터미널에 있어야 합니다. 썩어질 것이 아닌 주님을 위해 일한 것들을 목록대로 차곡차곡 챙겨야 합니다.
언제든 나가 차에 오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터미널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습니다. 늘 떠나는 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사는 인생입니다. 보이는 이 모든 것은 너무 짧은 순간입니다. 그 날에 소망을 두고 살아봅시다. 내 친구를 보내면서 새삼 깨달은 진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