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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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목차 › 옹달샘

십자가를 제대로 져라

168호 · 2003-05-16

화분을 실내에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로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그다지 무겁지 않은 화분이라 가벼이 생각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잠깐의 방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주위에 돌아보면 다양한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경우를 본다. 즉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자들이다. 그들은 그것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 한다.

예수님은 그의 십자가를 거뜬히 지셨다. 그는 대강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니고 죽기까지 십자가를 지고 우리를 구원하셨다. 우리도 그의 뒤를 따라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 십자가를 질질 끌고 가면 힘이 든다. 얼추 메고 가다가는 디스크에 걸린다. 온 힘과 열성을 가지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 용기와 힘과 사랑이 있으면 자기의 십자가를 거뜬히 멜 수 있게 된다. 십자가를 멜 수 있는 자격이 있음을 감사하고, 내가 십자가가 되어 남의 등에 메이지 않음을 감사하고, 내 능력을 다하고 내 사랑을 다하여 거뜬히 지고 가야 한다. 십자가가 내어 던질 수 없는 것이라면 억지로 지지 말고, 삐딱하게 지지 말고 제대로 된 자세로 지고 가야 한다.

어떤 종류의 십자가든, 얼마만큼의 무게이든 십자가를 바로 져야 넘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갈 수 있다. 십자가를 내려놓는 순간까지 균형을 잡고 힘을 다하여야 한다. 잠깐의 방심으로 허리를 다칠 수 있다. 작은 불평으로 십자가와 함께 넘어질 수 있다. 가족이 십자가로 내 위에 올려질 수 있다. 내 동료가 나를 누르는 십자가가 될 수 있다. 내 단체가 내게 무게로 작용할 수 있다. 그것을 이겨내며 지고 갈 수 있는 힘은 사랑이다. 사랑은 힘든 무게를 무중력 상태로 만들고 고통을 잊게 하는 마력적 효소로 작용한다. 나를 죽여 내 가족이 부활될 수 있다면, 내가 찌그러져 내 동료가 힘을 얻는다면, 내가 지쳐도 내 단체가 제 길을 갈 수 있다면 그 사랑이 십자가의 무게를 넉넉히 이긴 것이 된다.

십자가는 수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예수가 그 의미를 바꾸셨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지는 십자가의 무게는 내 테두리 안에 있는 작은 십자가에 불과하다. 예수가 지신 십자가를 생각하면 이쯤은 거뜬히 져야 한다. 주님이 어깨 위의 십자가를 내려주실 때까지 비스듬히 지지 않고, 반듯하게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가서 사랑으로 영혼을 구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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