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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호 목차 › 붕우칼럼

궤도수정

1042호 · 2020-02-16

경부선을 타고 가면 절대 전라도에 갈 수 없다. 잘못 들어선 것을 알았으면 한시라도 빨리 경부선을 빠져나와야 전라도에 이를 수 있다.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혹은 결과가 생각과 달리 안 좋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잘못 들어선 길이거나 내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과감히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그동안 공들인 것이 아까워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미적거리면 더욱 시간 낭비, 돈 낭비만 하는 셈이 된다.

나오미의 가족은 흉년이 들자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거기서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고 쓰리과부가 된다. 그때 나오미는 결단한다. 잘못된 궤도를 수정하기로. 그래서 다시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거기서 귀인 보아스와 며느리 룻을 결혼시킨다.

누가복음 5장에는 밤새 그물질을 해도 고기 한 마리 못 잡은 베드로를 찾아오신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5:4)고 하신다. 베테랑 어부인 베드로는 사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으나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곳에 그물을 내린다. 궤도를 수정해본 것이다. 그랬더니 고기가 너무 잡혀 자기 배뿐 아니라 다른 친구의 배까지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손자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녀석이 내게 의사가 되고 싶다고 조용히 심중을 털어놨다. 의대에 입학하기가 녹록치 않을 터, 많이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나는 손자의 말을 다 들은 후에 ‘잘했다. 늦더라도 빠를 수 있지.’ 하고 격려하며 손자가 결정한 인생의 첫 궤도수정을 지지해줬다.

되는 것이 없는가? 이는 당신이 무능력한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 능력이 부족한 것인데, 그것은 당신의 달란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지체하지 말고 궤도수정을 하라.

글 서두에 말한 대로 경부선을 타고는 절대 전라도 쪽으로 갈 수 없으니까.

궤도수정, 이는 당신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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