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걱정할 게 뭐 있나!

가끔 지나온 날들을 가만히 앉아 추억해본다. 그럴 적이면 어김없이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뭉클, 걷잡을 수 없는 감사의 물결이 몰려온다. ‘이 부족한 종을 어찌 그리도 사랑하시는지….’ 지난날, 올림픽 공원에서 예배를 드리던 서울 교회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따로 교회 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원 관리사무실의 사정에 따라 예배 장소는 수시로 바뀌어졌다. 그래 비가 와도 문제가 되고,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도 안될 일이었다. 오직 기도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곳을 따라 ‘아멘, 감사합니다’ 하고 따랐었다.

어느 날은 역도, 펜싱, 체조, 세 개의 체육관이 모두 행사가 계획되어져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벨로드롬 싸이클 경기장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이마저도 아니 되어 시린 삭풍(朔風)을 맞으며 광장에서, 그것도 임시로 마련한 트럭 위에 올라서서 복음을 증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인들 어떠하랴. 비록 번듯한 건물이 없대도 좋다. 그곳에서 내가 목청껏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선포할 수 있다면. 비록 그럴듯한 음향시설이 없다면 또 어떤가! 나는 그곳에서도 이 죄인을 용서하시고 더 좋은 것을 예비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자랑할 것이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다. 하루는 교회 사무장이 날 급히 찾는다. “목사님, 이거 큰일났습니다. 올림픽 공원 관리 공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올림픽 개최 7주년 기념 행사를 갖는다고 체육관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답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아니, 자네가 걱정할 게 뭐 있나! 어떡하긴 뭘 어떡해! 자네가 하나님인가!” 순간, 사무장은 어찌할지 몰라 당황해 한다. 분명 예배 드릴 장소가 없게 되었으니 보통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달리 다른 방법도 없을 터에 너무도 태연한 나를 보자니 답답해 보였나 보다. 그는 “황당무계한 분이구만” 하면서 무어라 몇 마디를 하는데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가서 다른 일이나 보게. 이 문제는 하나님이 해결하실 테니.” 고개를 저으며 나가는 양이 도무지 내가 이해가 안 되는가 보다. 그의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더 좋은 길로 우릴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이제 이 문제를 주님께서 해결해 주시고, 또 저 사무장이 그 전화를 직접 받게 하여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게 하옵소서.’ 얼마를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있는데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보고할 게 있다고 사무장이 집엘 찾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사무장은 점점 얼굴이 벌개진다. 나는 거실에 나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니, 왜 그러나 이 사람아?” “모, 목사님, 비가 와서 행사가 취소되었다고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 전화 자네가 직접 받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그렇다. 행사가 갑자기 취소가 되어 예배 장소가 마련되고, 집안에 아무도 없었던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그가 전화를 받은 거며, 굳이 전화벨이 울릴 그 시간에 찾아온 것 모두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신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나님은 요한복음 11장 40절을 통하여 말씀하고 계신다. ‘너희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볼 것이요’ 나는 언제나 하나님께서 내 앞에서 나를 인도해 나가실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항상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실 것임을 믿는다. 쓸데없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모두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어린아이의 눈을 갖자. 어린아이처럼 믿자. 어린아이가 그 부모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듯이 전능하신 하나님만을 바라자. 그리고 그 뒤를 따르자.
오늘도 성경은 이루어지고 있다. 믿는 자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볼 것이다!


- 이초석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