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목숨을 건졌는가?

옛날에 한 왕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수들을 위해 연회를 열었다. 연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촛불을 모두 꺼뜨려버린다.

그때였다. 어느 장수 하나가 평소에 연모하던 후궁을 ‘기회는 이때다.’하고는 덥석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황한 후궁은 그 장수의 갓 끈을 끊어버리고는 임금에게로 달려가 버렸다. 이윽고 연회장 한쪽 끝에서부터 다시 불은 밝아오는데 갓끈을 빼앗긴 그 장수는 ‘아이고 이젠 죽었구나.’하고 뒤늦게 땅을 친다.

그래 이제나저제나 ‘엄명이 떨어지리라.’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오히려 후궁의 고자질을 들은 왕은 짐짓 큰소리로 호탕한 웃음을 날리더니만 “여봐라, 지금부터 모두 갓끈을 떼고 놀아보자꾸나.”하며 자신부터 갓끈을 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후궁은 약이 오르고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어쩌랴. 이에 장수는 ‘휴우’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런 일이 있고 몇 년 후, 다시 나라에 큰 전쟁이 일어나 이번에는 왕까지 친히 전투에 나가 앞장서서 병사들을 독려할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간계에 휘말린 왕이 그만 적의 포위망에 빠져 목숨이 위태롭게 되지 않았겠나! 바로 그때, 어디선가 단기 필마로 질풍처럼 쇄도해 오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죽기를 각오했다는 듯 온 몸을 던져 적의 포위망을 뚫고 왕을 건져내었다.

온 몸에 중상을 입고 헐떡이는 장수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던 왕이 물었다. “너는 누군데 죽음도 마다 않고 나를 건져냈는가?” 그 장수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전하, 저는 일전에 연회에서 그만 전하의 후궁을 겁탈하려 했던 놈입니다. 죽어 마땅한 저를 살려주셨는데, 제가 어찌 그 은혜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지식 있는 사람은 인정하면 목숨을 던지나 무시하면 되려 등을 돌린다. 뉘우칠 만한 사람에게 용서를 베풀라. 또한 옛말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마음에 새기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거꾸로 새기고 있어 큰일이다. 흐르는 물 한 컵을 떠다 준대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성도들이 되야 할 터인데, 도리어 자신의 잇속과 맞지 않으면 금새 낯빛을 변하기 일쑤다.

우리, 은혜에 감사하는 자들이 되자. 더 나아가 받은 만큼이라도 이제 베푸는 자들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