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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호 목차 › 붕우칼럼

여백의 미(美)

968호 · 2018-09-16

내 나이 70에 깨달은 것이 있다. 삶의 여백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백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다. 미술에서 여백은 필묵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필묵이 줄 수 없는 스토리가 여백에 있기 때문이다. 대화 중 침묵이 최고의 언어이듯이. 그래서 시공간에서 비움은 최대의 창조일 수 있다.

음악소리가 잘 울리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듯 우리 삶에 울림이 있으려면 삶에도 공간, 곧 여백이 필요하다. 우리 삶에 아름다운 스토리가 없는 것은, 우리 삶이 팍팍하고 메마른 것은 여백이 없어서다.

우리 세대는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기 때문에 여유라는 것을 몰랐다. 그건 사치였다. 그래서 뭐든 많아야 좋고, 뭐든 손에 넣으려고 했다. 기를 쓰고 오르려고만 했다. 그러다보니 육체도, 정신도 한계에 부딪쳤다. 삶에 빈공간이 없었다. 오히려 빈공간이 생기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이제라도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지나친 소유욕과 승부욕, 과한 명예욕을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들을 쥐고 있으니 거기서 불안, 초조, 절망, 염려, 거짓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좀 내려놓자. 그러면 우리 인생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이 여유로운 삶을 창출해낼 것이다. 거기서 배려, 사랑, 용서, 그리고 행복이 넘쳐날 것이다.

천국의 소망도 마음의 공간에서 싹튼다. 누가복음 18장에 나오는 부자가 자신의 것으로 가득차서 주님을 모시지 못한 것 아닌가. 우리 삶은 부족해서 힘든 것보다 너무 짐을 많이 져서 힘이 든 경우다.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삶에 여백을 주자. 공간을 주자. 그 안에 크고 웅장한 울림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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