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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를 쓴다는 것

927호 · 2017-12-02

자소서. ‘자기소개서’의 줄임말이다. 요즘은 취업을 준비할 때뿐만이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도 자소서가 중요하다.

올해에도 6명의 학생에게 자소서를 첨삭해주었다. 자소서의 3~4개 문항들은 학생들의 3년간 행적을 가감 없이 묻는 질문들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자소서의 질문을 보며 좌절한다. 별 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고, 애착을 가졌던 동아리도 없으며, 선생님들이 시켜서 억지로 봉사에 참여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소서를 쓰기 전에 지난 3년을 돌아보라고 하였다. 자신의 3년이 적힌 학생종합기록부를 10번씩 읽으면서 학교를 어떻게 다녔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고, 앞으로 들어갈 대학에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 지난 3년을 다시 반복할 것인지를 되물어보라 하였다.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 학생들은 기억에서 지워진 자신들의 꿈과 열정, 장래희망을 조심스레 떠올렸다.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졌던 꿈들을 이야기하며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때의 열정을 기억하며 멋쩍게 웃어 보인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만, 자신은 안 될 거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성적이 안 될 것 같아요. 경쟁률이 너무 높아요.” 라며 자신들이 떨어질 이유를 먼저 찾는 아이들에게 내가 한 이야기는, “너의 자소서를 읽은 교수님들은 분명히 네가 아니면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실 거야. 너는 3년 전부터 준비한 사람이니까.”였다. 생각의 힘은 매우 놀랍다. ‘내가 아니면 그 학교, 그 학과를 누가 들어가나?’ 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아주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타성에 젖어 잊고 있었던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대학 입학과 더불어 새롭게 시작할 20대의 삶을 그리면서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가 된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면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고 각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그 결과, 내가 지도한 모든 아이들이 최소 1곳 이상의 대학에 합격하였다.

성적의 높고 낮음을 떠나 그들이 모두 지원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나는 당연히 될 사람이라는 생각. 그래서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이 많은 아이들을 다시 살게 하였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내가 주님의 자녀임을 잊고 좌절했던 시간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낙망했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본래 주님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내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고 다시 넓은 창공을 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 크리스천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저 드넓은 창공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일어선다면, 백전백승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우리 본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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