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글씨 크기 보통16
892호 목차 › 객원컬럼

딸 바보 아빠의 약속

892호 · 2017-04-01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에는 딸 바보 집사님이 있다. 어린 딸을 어찌나 챙기는지 그 사랑과 관심이 지극하기만 하다.

어느 날, 딸 바보 집사님이 난데없이 한식 요리사 자격시험을 치르고 나타났다. 이유도 그분다웠다. 캠핑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로 딸과 약속을 했기 때문이란다. 캠핑요리야 집에서 몇 가지 배워 가면 그만일 텐데, 집사님은 딸에게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요리학원을 다니고 각종 요리책을 섭렵한다. 이게 끝이냐고? 물론 아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어서 기술사 시험에 도전장을 냈다. 기능사, 기사, 기능장의 단계를 지나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이에게만 주어진다는 바로 그 기술사 말이다. 그러더니 덜컥 합격해버리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찌 보면 ‘딸 바보’란 표현은 딸을 가진 아빠에겐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오로지 딸만을 바라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의 조건이 되는…. 대심방 기간 중에 딸 바보 아빠 가정을 찾았다. 그 분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예수 바보’라 불릴 수 있을까?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딸 바보 아빠처럼, 약속의 말씀을 따르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의 경주를 다 하였던가? 딸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높은 기준을 세워 분투했던 저 딸 바보 아빠처럼, 부르시고 세우셔서 귀한 사역 맡겨주신 분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오직 한 길, 좁은 문으로 나아가기에 온 마음과 신경을 집중하였던가? 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을 다 잡는 의지 또한 굳세어졌다.

사도 바울은 말세를 대하는 성도들을 향해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힘쓰는 자들이 되라”(고전15:58)고 권면한다. 여기서 ‘견고하며’로 쓰인 헬라어 ‘헤드라이오스’는 ‘마음을 정하다, 고정하다’는 의미다. 무엇에 고정되어야 할까? 우리에게 이김을 주시는 주님께 고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포도나무 과수원에 가면 가지란 가지는 죄다 잘라버린 앙상한 포도나무를 보게 될 것이다. 뿌리에서 자라난 원 줄기만 남겨두고 모두 싹둑 잘라 놨다. 심지어 새로운 가지가 나올 때마다 가지를 솎아준다. 이는 오로지 더 좋은 열매, 상품성 있는 열매를 거두기 위함이다.

딸 바보 아빠의 시선엔 오직 딸만이 자리하듯, 우리의 시선엔 오롯이 주님만 자리했으면 싶다. 딸 바보 아빠는 오직 딸 하나로 인해 만족하듯 우리 또한 주님 한 분만으로 감사하고 그 분이 우리 최고의 자랑이 되었으면 싶다. 신앙생활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다. 바로 어제의 나, 현재의 나 자신과의 경쟁이다. 주님 외에 우리 시선을 흩트리는 것들이 있다면 모두 끊어버리자. 가지치기를 하자. 더 풍성한 믿음의 열매를 위하여….

신현명 목사

yeddo1@hanmail.net

892호 다른 글

커버스토리
Text 주일설교
지혜의 말씀
귀를 기울이세요
Cartoon
붕우칼럼
세상을 보는 창
내가 매일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