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나를 깎아먹는 일
얼마 전, 엄마와 함께 자주 가는 마트에서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고객 응대에 불성실했던 직원에게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다. 그 직원이 다른 고객에게 대신 이야기를 해달라면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앞뒤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 그 고객은 좋은 얼굴을 하며 우리에게 화를 참으라고 하였지만, 그 상황 자체가 불난 집에 부채질이었다. 우리는 결국 폭발해버렸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학생으로 보이는 그 고객의 아들이 엄마에게 어디서 큰 소리 치냐고 반말을 하였고, 그 학생의 태도에 더 화가 난 나는 끝장을 볼 작정을 하고 쫓아가기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말리고 나섰지만,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 학생을 쫓아가려고 했고, 그 와중에 내 힘에 밀려 넘어진 엄마가 무릎을 다치고 말았다. 엄마가 다치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한참을 씩씩거리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죽기 살기로 화를 냈던 내 모습에 엄마는 엄청 속상해하셨다. 있었던 일을 다 들은 나의 남편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소싯적에 나보다 백배는 화를 많이 내던 아버지도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가족들의 반응을 보면서 뒤늦게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가족들의 반응에 하는 수 없이 내가 잘한 일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남편이 조용히 해준 말은 나를 부끄럽게 하였다. “내가 그 상황에 있었어도 당신만큼 화를 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막말을 하고, 당신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던 그 학생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면 결국 그 사람과 동격의 사람 밖에 되지 못할 것인데 어찌 화를 내서 우리의 수준을 낮춰야겠느냐? 화가 난 것은 백 번 천 번 이해하지만, 그런 식으로 당신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일은 앞으로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화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솔직히 나는 여전히 억울하기만 했었다. 분노로 인해 나오지 않는 기도를 하며,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모른 채 회개를 하는데, 문득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발로 차지 말라.”고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셨던 총회장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진짜 내가 어리석었던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성경을 찾던 나는 혼자서도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화를 내지 않겠다고 또 다시 다짐을 한다. 목사님의 말씀은 “이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아. 화 내봐야 너만 손해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라는 말의 아주 완곡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새삼 목사님의 말씀과 성경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이제 나를 깎아먹는 어리석고 미련한 짓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해본다. “미련한 자는 당장 분노를 나타내거니와 슬기로운 자는 수욕을 참느니라”(잠12:16), “돌은 무겁고 모래도 가볍지 아니하거니와 미련한 자의 분노는 이 둘보다 무거우니라”(잠27:3), “분노가 미련한 자를 죽이고 시기가 어리석은 자를 멸하느니라”(욥05:2).
전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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