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없는 감사
추수감사절은 흔히 신앙의 핍박에 못이긴 청교도들이 미국에 도착하여 농사를 지은 뒤 첫 수확을 기념하여 지내는 절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는 핍박 없는 새롭고 넓은 땅에서 풍성한 작물에 감사하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 것 같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감사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긴 항해를 마치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 함께 길을 떠난 가족과 동료들은 반 이상이 굶거나 병들어 죽었습니다. 게다가 낯선 땅에서의 농사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아 거두어드린 작물은 형편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몇 번이고 금식기도를 거듭한 끝에 없는 것에 절망하는 것이 아닌 주신 것에 감사하기로 결심하고 추수감사절을 지낸 것입니다.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합니다(살전5:18). 추수한 것이 많아서 하는 감사는 너무나 당연해 세상 사람들도 하는 것이기에 그리스도인이라면 추수한 것이 없고 때로는 절망가운데 놓여도 모든 일과 모든 상황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묵직한 감사는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신뢰와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감사가 그랬습니다. 그는 바벨론을 통해 유다를 멸망시키는 하나님 섭리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상황은 오늘날 우리 상황과 비슷해 나라는 남북으로 나뉘어 북쪽은 하나님을 잃어버렸고, 남쪽은 나태하고 방종한 신앙자세를 유지했지요. 또한 위정자들이 부정을 일삼아 정의가 사라져 가고 제사장들은 세상에 비웃음거리가 되었으니 그 시대 선지자로 부름 받은 하박국의 마음은 괴롭기 그지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기보다 오히려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끌어안고 하나님의 일을 부흥케 하시도록 기도했고, 결국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산다’는 고백과 함께 자신은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고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을지라도 여호와 한 분만으로 즐겁다’며 찬양과 감사를 드리는 최고의 신앙을 보여줍니다(합3:16~18). 우리는 하박국과 같은 태도를 견지(堅持)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 앞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혹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기에 믿음으로 문제 위에 우뚝 서서 감사하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스펄전 목사는 “촛불을 보고 감사하면 전등불을 주시고, 전등불을 보고 감사하면 달빛을 주시고, 달빛을 보고 감사하면 햇빛을 주시고, 햇빛을 보고 감사하면 천국을 주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추수 없는 감사야 말로 풍성한 추수의 감사를 불러오는 가장 확실한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하인명
renmi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