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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871호 · 2016-11-05

나는 대답은 잘하면서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안 듣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위 어른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시면 ‘네~네~’ 하면서 대답은 하지만, 정작 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의사의 말, 약사의 말, 선배의 말, 교수의 말, 그리고 가끔은 부모님의 조언을 들어도 대답은 곧잘 하면서 시키는 대로는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말은 듣지만 결정은 내 마음대로 한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요 며칠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늘 그런 것처럼 의사와 약사의 조언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당연히 차도는 없었고, 결국 엄마의 폭풍 잔소리를 서너 차례 들은 뒤에야 의사와 약사의 조언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점차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자연스레 생활 습관도 좋은 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전, 담당 전도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전도사님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경고를 무시하면 경고도 나를 무시한다’는 글을 써놓고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 경고가 나를 무시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생각해보니 의사와 약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들은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나는 그 경고들을 무시해버렸고, 결국 그 경고들이 나를 무시한고로 병을 질질 끌고 다녔던 것이다. 전도사님은 악한 것들의 궤계를 그냥 두지 말고 배운 대로 예수 이름으로 귀신을 쫓고,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매일 아침저녁으로 30분씩 나누어 기도를 하라는 말씀, 그리고 당신이 쓴 글대로 실천하라는 말씀과 함께 전화를 끊으셨다.

통화 이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말들을 무시하고 내 멋대로 해왔는지를 새삼 떠올려보니 얼굴이 빨개질 만큼 부끄러운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을 떠올리며 늦은 감이 있지만 하나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일, 목사님을 찾아가 기도와 안수를 받았다. 이제는 달라지겠다는 강한 의지와 더 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믿음으로 목사님께 기도를 받았다.

구습을 끊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밥 먹듯이 남의 말을 안 듣던 내가 갑자기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 사실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하려고 마음만 분주하여 고단했던 마르다처럼 살기 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주의 발치에 앉았던 마리아처럼 살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눅10:38~42). 설령 그것이 내 지식과 경험과 배치되는 것이라도 믿음으로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 수 있는 강한 믿음의 자녀가 되고 싶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다”(삼상15:22)는 말씀을 되새기며 오늘도 놀라운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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