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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조홍감

863호 · 2016-09-10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중국의 삼국시대 때 인물인 육적(陸積)의 고사를 인용한 시조이다. 여섯 살 난 육적이 스승인 애술(哀術)을 찾았을 때, 대접으로 귤 몇 알을 내놓았다. 선생이 잠시 없는 틈을 타서 어머님을 봉양하고픈 생각이 불현듯 든 육적은 귤을 품에 품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 앞에 하직인사를 하려 하자 그 귤이 쏟아져 나왔다. 스승 애술이 왜 먹지 않고 품에 품었냐고 물으니,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였다.

고교시절 이 시를 배운 후 가끔씩 입에서 이 글귀가 새어 나올 때면 막연히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에 아버지는 훌쩍 우리의 곁을 떠나가셨고, 어머니는 어느 사이 80이 넘은 할머니가 되셨다. 어린 나이에 유학을 시작했기에 철이 든 후 어머니와는 일주일 이상을 함께 지내 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지금도 어머니와 알 수 없는 서먹함이 존재하지만, 어느 날 이 시구를 읊조리며 ‘그래~! 돌아가신 후 울어봐야 소용없으니 살아생전 여행이라도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생 처음으로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의 휴가를 냈고, 어머니와 일주일간 제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어머니도 딸과 둘만 여행을 가시는 것이 서먹하셨는지 고모님(어머니의 시누이)을 함께 모시고 가자고 하셨다.

83세의 할머니 두 분과 함께 하는 여행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불안해보였다. 지병이 있고 시력상태도 좋지 않은 사람이 과연 할머니 두 분을 일주일씩이나 어떻게 모실지 다들 궁금해 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한 두 분과 함께 한 첫날은 그저 반가움과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잘 넘겼다. 그러나 둘째 날, 셋째 날이 되면서 어머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시누-올케 사이의 신경전은 서서히 도를 넘게 되었다. 그리고 온갖 사연 끝에 일주일의 여행은 닷새로 끝이 나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느낀 것은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우리에게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어린 날, 오늘 같은 여행을 함께 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그분께 마음을 드리고 알뜰하게 챙겨드릴 수 없었음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

추석 명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어머니의 마음은 동구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쁘고 살기 힘들어도 가까이 계시고 살아계실 때 마음 한 조각이라도 나눌 수 있는 딸이 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쉽다. 어느 날 문득, 현실이 될 그분의 부재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살아생전 섬기기를 다하는 자녀들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오자유

lovelyac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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