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짐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
-이 글은 종로교구 이광주 전도사가 작고하신 권사님을 기리며 쓴 추모글입니다-
조영숙 권사님! 당신을 기립니다. 주님께서 강권하셔서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어색한 길을 걷기 시작한지 5년. 55살 중년의 나이에 신학교 생도로, 꿈으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길을 걷다 만난 당신이 오늘 새벽 사무치게 그리워 그저 시리도록 아픈 마음에, 그리움에 드릴 것 없고 바칠 것 없어 당신의 영전에 추모의 글 올립니다.
70세의 나이에 그저 13살 소녀같이 순수하고 앳되신 권사님이 졸지에 이리 떠날 줄을 우리 모두 아무도 상상치 못해 더욱 안타깝고 애절한 마음입니다. 제 첫 사역지인 종로교구에서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시고 우리 구역 식구들 하나하나 세밀히 살피시고. 사랑이 넘치셨던 당신을 왜 주님께서 부르셨는지 우린 알지 못합니다. 모두가 고백합니다. 당신께 빚졌다고. 당신은 온전히 주님께 헌신하고 희생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누구도, 어떤 목회자도 따라할 수 없는 진정한 주의 종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기도처 식구들 한사람 한사람 챙기시고 그야말로 물심양면으로 살피시던 그 사랑에 우리 모두는 이제 갚을 길 없어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어린 딸조차 눈물을 삼키는 대견한 모습에 약한 모습 보일 수 없어 내색하지 못했지만 속 깊은 곳에서는 무한정 눈물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작년 12월 30일 전도사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당신은 제게는 천사이셨습니다. 그 어색하고 두려운 목자의 길을 당신이 도와주시고 걱정해주셔서 넘어지지 않고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꿈에서 하나님이 저를 신원해주셨다고 마치 주님 섬기듯 섬겨주신 그 모습. 그저 몸둘바 모르고 미안하고 죄송하고 송구할 뿐입니다. 제 설교가 은혜스럽다고 녹음하여 하루 종일 들으시며 좋아하시던 모습에 사실 우쭐대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은혜에, 사랑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제 먹을 것 입을 것 모두 챙기시고 교구에 작은 구설수라도 있을라치면 그저 어린아이같이 걱정하며 어쩔 줄 몰라 하시던 그 소녀의 마음.
권사님. 사랑합니다. 사랑했습니다. 제 먹을 밥, 반찬 매일 챙기시고 무엇이든지 주시고 싶어하시던 그 마음에 동대문 시장 길가에서 바지 두 벌을 사주시고 기뻐하시던 모습. 눈에 선합니다. 무엇이든지 베푸시고 싶어 하시는 분. 당신께 우리교구 식구들 모두 빚졌다고 고백합니다. 모든 것 주시고 베푸시고 희생하시고 진정한 사랑과 희락과 자비와 양선이, 온유와 절제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내가 입으로 외치고 목회 철학이 된 성령의 열매를 구족(具足) 하셨던 당신이 제게는 영원한 스승이십니다. 권사님 그 모습 그 사랑. 제 인생 등불로 삼겠습니다. 당신이 제게 베푸시던 3개월 같이한 시간 잊지 못할 겁니다.
권사님!
조카가 울면서 제게 얘기했어요. 올해 1, 2, 3월이 권사님이 평생에 제일 힘든 기간이었다고. 전기세 7만원 밀려서 가게에 전기가 끊긴 적 있다고.
오! 권사님. 그럼 내 바지 두벌 6만원이. 그 돈이었나요? 저보고 어쩌시라고. 차비하라고 5천원 손에 쥐어주시던 권사님 때문에 몸 둘 바 몰랐었는데.
그 사랑들 그 마음들 모두어 말씀으로, 사랑으로 갚겠습니다. 권사님 가시는 길. 꿈으로 예시해주시니 그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우리 인간의 정과 슬픔을 그저 속으로 속으로 삼킵니다.
권사님!
한줌 재로 돌아간 건 권사님이 아니랍니다. 권사님은 낙원에서 나사로 같이 아브라함의 품에서 웃고 계시잖아요.
스산한 삶 사신 것 압니다. 그래서 주님이 부르신 것 아닙니까. 위로해 주시려고, 내 딸아 수고하고 수고했다 안아 주시려고. 이제 그 수고로움 다 내려놓고 슬픔도 괴로움도 다시없을 그 곳. 영원한 평강 속에 위로 받고 누리실 일만 남았습니다.
권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당신 가신 그 천국.
거기서 거기서 다시 꼭 만날 것을 확신합니다. 사랑해요 권사님!
종로교구 이광주 전도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