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글씨 크기 보통16
844호 목차 › 객원컬럼

실패보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844호 · 2016-04-29

1960년대 까지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요소 가운데 하나가 B형간염 바이러스였다. 간암 발생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요, 이로 인해 무려 80%이상이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 대 이후로 그 위협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백신이 개발된 것이다!

세계 최초로 B형간염백신을 개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인이었다. 서울의대 김정룡 박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용화는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몇 년 후, 미국과 프랑스 연구소에서 백신을 개발한 뒤에야 비로소 인가가 떨어졌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 관계기관(보건사회부)에서 이를 증명할 기준, 또 이를 세계에 공표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남의 뒤를 따르는 습관에 길들여지다 보니 선뜻 세계 최초라고 선언하기가 두렵고 또 낯설게 여겨진 때문이다.

승리를 해본 경험이 승리로 이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에서 세계 무대에 서본 이들이 경기를 주도해 나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오늘의 승리를 위해서는 무수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 승리의 이면에는 엄청난 도전과 숱한 실패의 경험들이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울 싱어는 자신의 저서 ‘창업국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날, 전 세계 경제, 사회, 정치, 문화계에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끼치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저력은 과연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가? 바로 후츠파 정신 때문이다.”

‘후츠파 정신’이란 우리 식대로 풀어서 이해하자면 부끄러움을 게의 치 않는 자세를 일컫는 말이다. 결국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 실패하기보다 외려 도전하지 않는 것을 더욱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현재의 이스라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실패와 실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체면과 위신’을 중요시 하던 전통적 가르침은 ‘너무 튀지 말고 중간만 차지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갖게 했다. 이것이 ‘적당히, 이쯤이면’으로 통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망국병을 낳은 것이다.

변해야 산다. 살아남으려면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 의식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실수와 실패를 인정할 때, 오히려 이를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그런 문화가 필요하다. 헐뜯고 모함하여 깎아내리고, 그러다 잠시 비틀거리기라도 할라치면 다리 걸어 넘어뜨리고 짓밟아 대는 그 살벌함이 사라져야 한다. 나의 뜻, 나의 생각과 다른 이들을 향해 벼려진 날선 검을 우리 입과 마음속에서 뽑아내야 한다. 도전을 위한 출발선에 선 이들에겐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자. 실패보다 더욱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려는 그 나약함이다!

신현명 목사

yeddo1@hanmail.net

844호 다른 글

커버스토리
Text 주일설교
지혜의 말씀
귀를 기울이세요
Cartoon
붕우칼럼
세상을 보는 창
특별기획
성경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