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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목차 › 성경에서 배운다

잊음의 축복

821호 · 2015-11-20

멕시코의 전설적인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는 6세 때 소아마비, 18세에 대형교통사고로 얻은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결혼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버지, 좋은 결혼의 조건이 뭔가요?” 아버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짧은 기억력!” 골프계의 전설 잭 니콜라우스 역시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많은 사람에게 한결같이 대답했다. “실패한 샷은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컴퓨터도 지워야할 파일들을 빨리 지워서 정리하지 않으면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자신을 옥죄고 있는 과거의 죄와 실수, 누군가 나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가슴에 품고 놓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현재와 미래까지 함께 묶여 버리니 말이다. 잊을 것은 잊고 정리할 감정들은 깨끗하게 정리해야 삶도 비로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고통과 인고의 세월을 보내던 요셉이 드디어 애굽의 총리대신이 되었을 때 아들을 낳았다. 첫째의 이름은 므낫세, 즉 ‘하나님이 내 모든 고난과 내 아버지 집에서의 일을 잊어버리게 하셨다’는 뜻으로 자신의 고통을 이제 잊어버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볼 수 있다(창41:51). 그 결심에 성공한 요셉은 둘째 아들의 이름을 에브라임, 즉 ‘하나님이 나를 내가 수고한 땅에서 번성케 하셨다’는 뜻으로 지었고, 하나님께서는 그의 결심을 확인하시고 비로소 형들을 다시 그에게 보낼 타이밍을 맞추게 되셨다. 결국 그의 잊고자 하는 결심의 씨앗이 아버지 야곱과 가족 전체, 나아가 이스라엘 민족을 번성케 하는 열매를 맺게 한 것이다.

다윗이 밧세바를 취하여 얻은 첫 아들이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 7일을 금식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다윗은 그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오히려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 하나님께 경배하고 음식을 먹으며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다. 자신을 치신 하나님을 원망하며 하나님께 멀어질 핑계를 찾지 않고, 아이를 거두어 가신 하나님의 징계를 깨끗이 잊고 다시금 하나님을 경배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당당히 살아간 것이다. 이러한 다윗의 마음을 보신 하나님은 이후 밧세바를 우리아의 아내가 아닌 다윗의 아내로 기록하게 하심은 물론이고, 두 번째로 태어난 솔로몬에게 여디디야, 즉 ‘여호와에게 사랑을 입은 자’라는 별칭을 주신다. 다윗이 죄에 대한 대가는 어쩔 수 없이 치르게 될 지라도 그의 실수는 깨끗이 잊으시고 다시금 사랑하실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도 바울은 ‘뒤에 것은 잊어버리고 앞의 것을 잡으려 좇아간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사43:25)고 말씀하시며 그분의 사랑이 ‘잊음’ 안에서 얼마나 완전해지는지를 증명해주신다.

‘잊음’, 그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어려운 숙제이자 가장 놀라운 축복의 비밀이 아닐까 싶다.

하인명

renm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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