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예측불허로 전개되는 영적 전쟁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야외집회라는 것이 항상 날씨라는 변수가 작용하는 것이지만, 웡(Jose A. Wong) 목사를 비롯한 현지인들의 사고 속에는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불가항력적인 사태, 곧 비바람 등을 비롯한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당연히 차선책이 마련되어 있다. 야외장소의 여건이 허락지 않는다면 달갑지 않은 상황이긴 하겠으나 교회라는 실내장소로 옮기는 것이다. 어찌 보면 어떤 천재지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차선책은 아예 생각지도 않고 오직 원칙을 고수하는 목사님의 자세가 그들로서는 너무도 의아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이 목사님의 결정에 얼마나 당황했을 것인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우리야 이미 우리 생각 속에 각인이 되어있는지라 목사님의 결정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조직화 되어있다. 그로인해 아프리카 가나(Ghana)에서는 쏟아지는 비를 마다않고 촬영에 임했다가 비디오카메라가 비에 흠뻑 젖어 작동이 멈추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면 돌파의 지침이 내려진 바에야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 이 전쟁은 승리하는 순간까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전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 날의 역사가 얼마나 경이롭고 감동스러웠는지 나는 하나님의 뜻이 우리 생각과 다른 것이 아닐까 잠시 혼돈하기도 했다. 한 집회에 소경 하나가 눈을 떠도 놀라 자빠질 일인데, 이 날에는 그야말로 기적의 역사가 계속 이어졌다. 소경, 귀머거리, 벙어리, 목발, 휠체어 등 하나님은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마련하신 것처럼, 폭포수 같은 은혜를 쏟아부어주셨다. 촬영을 하다가 울컥하며 억누를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곤 했다.
정말 격전을 치르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격전이었지만 승전의 기쁨을 나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나 목사님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그저 결과에 기뻐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목사님은 냉철하게 인식하고 계셨다.
피곤에 지쳐있는 목사님은 오늘 스크린을 옮기고 천막을 걷어내고 난 뒤 대집회의 역사를 이룰 수 있었던 기회, 다 손에 잡았던 대승을 날려버린 아쉬움을 피력하셨다. 그저 오늘의 승리에 취해있던 필자는 “하나님의 생각은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요?” 라며 위로한답시고 말씀을 드렸는데, 목사님은 아주 단호하셨다.
“인석아, 우리가 방심해서 당한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울며불며 최선을 다하니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주신 거야.”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매일 쏟아지는 스콜성 비에 오늘도 그러하리란 안이한 대처, 곧 방심이 대승전의 기회를 날린 것은 비록 아프지만 분명히 받아들여야할 현실인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최선을 다하니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주신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주시려고 비를 내리신 게 아니라, 비록 초기대응은 미흡했으나 불퇴전의 자세로 싸우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자비와 긍휼을 베풀어주신 거였다. 잘못하면 결과만 보고 하나님의 뜻을 곡해하고, 자신의 믿음을 합리화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웡 목사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튿날 주일예배를 위해 교회를 방문했을 때, 목사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목사님의 집회영상을 함께 보자고 하더니 단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성도들과 함께 시청했다. 주일예배에 목사님의 집회영상을 본 적도 처음이지만, 담임목사가 단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영상을 보는 장면은 정말 처음 보는 모습인지라 놀라울 뿐이었다. 웡 목사가 어제 받은 충격의 깊이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집회를 주관한 목회자의 변화는 반드시 그 지역과 나라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우리가 할 일 아니겠는가.
한은택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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