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난 1월, 새로운 30년을 선포하시고 첫 방문한 나라가 코스타리카(Costa Rica)였다. 당시 3개 도시를 돌며 힘겨운 일정을 진행했지만, 마지막 도시인 산까를로스(San Carlos)에서 아브라함(Abrajam) 목사의 사모 나탈리(Natali)를 죽음에서 건지는 놀라운 역사로 깊이 인상이 남은 나라이다.
약 8개월 후에 다시 찾는 코스타리카, 산호세(San Jose) 공항에는 중국인 1.5세인 웡(Jose Antonio Wong) 목사와 교인들이 나와 목사님을 영접했다.
중국 화교는 어느 나라에서나 크게 성장하고 결집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기를 펴지 못한 곳은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웡 목사는 부모를 따라 중미 니카라과(Nicaragua)로 건너와 대학까지 나오고 코스타리카로 이주하여 목회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매우 부드러운 인상에 맞게 웃는 모습도, 말투나 행동이 온유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목사님은 설교하실 때마다 웡 목사에게 반해버렸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집회는 축구장에서 진행되었다. 조명 시설도 훌륭했고, 단상이나 음향시설도 최고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화창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급변하더니 먹구름이 뒤덮이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며 폭우가 쏟아졌다.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열대지방의 스콜처럼 비는 곧 그치고 현장에 가보니 배수도 잘 되어 축구장 잔디에 물기만 조금 남아있을 정도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첫날 집회가 열렸는데, 축구장을 가득 채우지는 못했지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성령의 역사 가운데 더러운 귀신들이 떠나갔다.
목사님은 웡 목사와 라구나(Laguna) 선교사에게 다음날에는 비 때문에 설치한 천막을 모두 걷어버리고, 시야를 가리는 스크린을 좀 더 바깥쪽으로 옮겨 설치할 것을 지시하셨다.
이튿날에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오찬 초청으로 대통령궁을 방문하였고(관련기사 4면), 바로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오전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는데, 또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어제의 경험도 있었고, 이 선교사도 목사님을 안심시켜드리려고 곧 그치는 비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적인 세계가 얼마나 예민하고 예측불가인지 크게 깨달은 하루였다.
비록 폭우는 잠잠해졌지만, 보슬비로 변하여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폭우로 인해 단상 천막이 무너져 내려 음향장비가 다 젖고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철수하고 말았다며 웡 목사는 집회 장소를 교회로 옮겨서 진행하고 싶어 했다. 집회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축구장으로 찾아오는 성도들도 있고, 교회로 오는 성도들도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목사님은 육성으로라도 설교할 테니 축구장으로 사람을 모으라고 지시하시고, “우리가 방심하여 당한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다시 기도에 전무하셨다.
그야말로 위기였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일단 축구장으로 향했다. 비는 내리고, 단상 천막은 폭우로 찢겨져 내려앉아 흉물스런 모습이었다. 엔지니어와 인부들은 음향 및 단상 장비들은 모두 철수 중이었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우리는 담당자를 불러 단상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그들은 안전문제가 있으니 불가하다고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지만, 끈질기게 그들을 설득하여 단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후, 단상에 어지럽게 널려진 것들을 치우고 빗자루와 물걸레로 청소하였다.
바로 그때 기도를 마치신 목사님은 전화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지시하셨다.
“먼저 축구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다시 교회로 이동하여 2차 예배를 드린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자!”
그야말로 격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다음 주에 계속)
한은택 전도사
henry88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