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Taipei)의 소소한 에티켓
지난 6월 초순,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만(Taiwan)을 다녀왔다. 한국에 메르스(MERS)가 유행하면서 미리 준비했던 대만행 국적기는 모두 결항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허둥지둥 떠난 여행길은 잠정적 메르스 의심 환자인 한국인을 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불안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 학회 측 도우미 학생을 만나면서부터 타이페이의 일정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타이페이의 여정 중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국제학회의 공용어는 한국어였다. “서태평양 한국어교육·한국학 국제학술대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든 절차가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한국, 대만, 중국, 일본, 미국, 인도, 베트남, 라오스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한국학 관련학자들 50여 명이 오순도순 모여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여러 가지로 즐겁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한국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기도 하지만, 국내외의 국제학술대회를 참가할 때마다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학회의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저녁 만찬에서 절친이 되어버린 중국 문화대 학생들과 비밀리에 약속을 잡고 시내 관광을 가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타이페이의 버스와 지하철을 타러 나갔다. 낯선 환경에 길을 잃을까 무서워 어마어마하게 긴장을 했었는데, 막상 타이페이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보니 정말 깨끗하고 산뜻한 분위기에 저절로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전철에서 놀랐던 것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전철 내부가 너무 쾌적했다는 사실이다. 대만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개찰을 하는 순간부터 지하철역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벌금이 10,000원(한화 400,000원)인데 굳이 단속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철 내에서는 물이나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신기했던 점은 메르스가 유행하는 한국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궁금해 물어보니, 감기가 걸렸거나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였다. 2003년 SARS 유행 이후에 생긴 문화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수시로 착용한다고 하였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국의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 대만에서 콘서트를 했었고, 그 콘서트를 보러왔던 한국의 여성팬들이 나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 중이었다. 150분의 비행 내내 끝없이 떠들고 소리 지르는 아이돌 팬들을 보면서, 그리고 아이들이 쏟은 음식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승무원에게 뒤처리를 부탁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대만의 그 소소한 에티켓이 새삼 떠올랐다. 그 소소한 에티켓이 결국에는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일진대, 그것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또 새삼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