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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의 노력

801호 · 2015-07-03

자폐스펙트럼을 치료한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 대구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온 가족이었는데, 근처에 침 치료와 한약치료를 받을 곳을 알아보다가 버스에 ADHD, 자폐증, 치매가 적힌 한의원 광고를 보고 오셨다고 했다.

처음 병원을 내원하여 검사를 받고 침 치료를 하려는 순간, 아이의 어머니는 굳은 표정으로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를 침대에 강제적으로 눕히더니 아이 뒤에서 두 다리로 아이 다리를 제압하고, 양손으로 두 아이의 팔을 잡고 침을 놓아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너무 겁에 질려 있었고, 흥분한 상태였다. 그 뒤로도 항상 아이는 제압한 상태에서 침 치료가 이루어졌다. 이대로는 치료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침 치료와 더불어 정신분열증이나 불안증의 치료에 사용하는 황련해독탕이라는 한약처방을 하였지만, 쓴 맛에 아이는 한약 복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치료가 종료되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자폐증을 치료하려고 내원하는 환자들은 부모님과 가정상황과 가족에 대한 케어를 통하여 부모님들께 아이가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폐증은 현대의학으로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고치겠다는 의지와 믿음으로 꾸준히 오랜 기간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데, 효과가 미진하면 또 다른 치료를 받으러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면서 불신이 쌓여 한계를 규정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된다.

외국에서는 행동수정치료들이 효과를 보인다는 사례들이 있지만, 행동수정의 단점은 자폐증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치료를 하기에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약물치료 또한 문제행동이 심할 때 정신분열증에 사용하는 리스페리돌이나 집중이 부족할 때 각성제 종류의 약이 전부였고, 언어를 발달시키거나 운동신경을 치료하거나 강박증을 줄여주는 적절한 약물치료가 연구개발이 안되어 있다 보니 답답하여 근거 없는 치료방법에 매달리지만, 스트레스에 민감한 자폐증 아이들의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자폐증 부모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걱정은 비슷하다. 암이나 다른 병처럼 수술이나 약으로 완치가 될 수 있다면 치료하여 고치면 되지만, 자폐증은 완치가 없는 질환으로서 평생 케어가 되어야 하는데, 부모님 자신이 노쇠하거나 죽음에 이르렀을 때 ‘과연 남겨진 아이는 그 누가 본인처럼 케어해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8년간 수많은 연구와 치료를 통해 실패하고 도전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아직도 성과가 미비한 환자가 있으면 죄책감과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실패를 통한 우울과 자책, 회개의 통로를 지날 때마다, 그리고 경제적 타격으로 앞날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난 후에야 자폐증에 대해서 딱 한 개씩 깨닫게 해주신다. 그 하나가 수년간 쌓이고 쌓여서 자폐증을 조금은 더 이해하고, 수많은 실패를 피함으로써 더 나은 개선을 줄 수 있는 노하우가 되어감을 본다.

Dr. 설재현

kseolme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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