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몇 년 전 어느 날 밤, 심신이 몹시 지친 상태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내 귀를 확 잡아 열더니 이내 눈앞에는 이상이 펼쳐지고 귓가에는 천둥과 같은 음성이 들렸다.
“신앙에 부정이 있어서는 안 돼. ‘믿음’으로 부정을 이기고 승리해야 한다. 알았지?” 어느새 눈을 뜬 내 마음에는 이전의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편안함과 확신이 자리 잡았다. 그 사건으로 나는 당시 번민을 거듭하다 결정한 중대 사안을 정반대 편으로 뒤엎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픈 방향으로 가려는 액션을 취하기 직전, 욥기 33장 15~17절의 말씀과 같이 하나님은 그렇게 나를 바로잡으셨던 것이다.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나를 낳고 얼마 후 예수를 영접한 어머니의 기도 아래 착실하게 교회를 다니던 내게 하나님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이었다. 비록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맘은 없었지만, 주일 어린이 예배 설교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리만큼 기뻤고, 평상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지혜와 명철을 주시라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믿었다.
그러나 몇 년간은 하나님을 잊어버린 채 자유롭고 편안한 나날을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내 기도를 시키시는 등 한없는 긍휼과 사랑의 줄로 나를 잡아매셨다. 그리고 급기야는 내 마음을 변화시키셨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삶이 다 무슨 소용이지? 세상 사람들처럼 똑같이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 다음은?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내 영혼이 목말라하는 강력한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매일 집에서 혼자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예수의 이름으로 쫓았더니 귀신이 쫓겨 가는 꿈을 꾸고는 그동안 천근만근 무거웠던 온 몸이 개운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 후 고향에서 서울로 오시게 된 어머니의 인도로 예수중심교회에 나오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당시 담당 교구 전도사님을 모시고 심방예배를 드리셨던 날 밤, 엄청나게 큰 구렁이가 배가 쭉 찢어진 채 널브러져 있는 꿈을 꾸셨다고 했다. 종갓집이기에 믿기 전에는 일 년에 십 수 번 제사를 지내던 우리 집안을 끈질기게 괴롭히던 악한 영적 존재가 하나님의 능력 아래 큰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그 일 후 어머니와 나는 더욱 열심을 내고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하나님의 은혜로 청년부로 인도함을 받아 그곳에서 이전보다 더 뿌리 깊고 단단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배울 것은 ‘믿음’과 ‘지혜’라고 당당하게 외치시는 목사님,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오직 ‘기도’라고 겸손히 고백하시는 목사님을 만난 건 내 인생의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하나님께서는 약한 나를 삶으로 훈련시키시며 때때로 나에게 믿음을 요구하시는데, 목사님의 힘 있는 설교 말씀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그 믿음이 나에게도 전염됨을 느낀다. 그리고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라’, ‘대를 이을 자식은 곱게 기르지 않는다’, ‘거센 파도가 유능한 해군을 만든다’ 등으로 대변되는 목사님의 생생한 경험에 기초한 말씀은 우리 또한 강인한 훈련 뒤에 오는 빛나는 영광을 바라보게 하시니 이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삼십 년간 변함없는 목사님의 기도 생활. 수많은 유혹 가운데서도 한결같이 깨끗할 수 있고 능력이 떠나가지 않는 원동력이 되는 그것, 오직 하나님께 매달리는 겸손함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할 뿐 아니라 나는 과연 하나님 앞에 깨끗한 자인지 점검하게 한다.
작고 작은 나, 연약하고 특별히 내놓을 것 하나 없는 나 같은 자에게도 은혜를 베푸셔서 당신의 자녀 삼으시고 하늘에 소망을 두게 하신 하나님. 무엇보다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전보다 풍성케 하시고, 하박국 선지자의 고백(합3:17~18)과 같이 세상의 다른 무엇이 아닌 당신으로 말미암아 기쁘게 하시사 마음으로, 입술로 고백케 하시는 나의 아버지. 어떻게 하면 그 은혜에, 그분의 기대에 부응할까. 첫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뛰는 삼십 년, 얼마 전 설교 말씀과 같이 하나님 앞에 점도 흠도 없는 자로 인정받아 영·혼·육의 명품으로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구원받는 자에게나 세상의 망한 자들 모두에게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고후2:15) 그분의 기쁨이 되기를 기도하며 나아갈 뿐이다. 할렐루야!
이국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