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글씨 크기 보통16
772호 목차 › 내가 매일 기쁘게

푯대를 향하여

772호 · 2014-12-12

나는 아직도 학생이다. 정확히 말하면 박사과정 중에 있는 학생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박사’는 사실 진짜 ‘박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진짜 ‘박사’는 지금의 내가 밟고 있는 과정을 수료하고, 여러 시험을 통과한 후에 박사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박사 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박사’가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박사’를 가장한 박사님들이 너무 많다. 대외적으로는 OO대학 박사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무늬만 박사인 ‘수료생’이다. 그들이 무늬만 박사인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결혼과 육아, 경제 활동, 전공 연구 외의 비평과 창작 활동에 대한 관심 등등, 현실과 결부된 문제부터 도피형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박사들이 모인 곳에 가면, 6~8학기는 보통이고 대개가 13, 14학기다. 그러니깐 수료 상태로 2~3년은 기본이고, 6~7년씩 정체중이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무늬만 박사인 우리들의 현주소이다.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감독 없이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이다. 나와 대면하는 시간, 내 지식의 가장 약한 곳을 찾아야 하는 시간은 공부를 해도 해도 낯설고 불편하기만 한 시간들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매일 책을 들여다보지만, 다음 날이면 또 새로운 지식에 압도당한다. 읽어도 읽어도 채워지지 않는 지적 공허함에 책을 부여잡고 우는 날도 허다하고, 나도 무늬만 박사로 남고 싶은 갈등에 흔들리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듯이 갈등의 순간들이 오고 갔지만 그럴 때마다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을 향한 나의 믿음 때문이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단언컨대 나는 박사 과정은커녕 대학원 근처에 발도 못 붙였을 것이다.

“푯대를 향하여그리스도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4)”는 이 말씀은 안개 자욱한 터널 안을 걸어가는 내 발길을 인도하는 주님의 등불이었다. 몇 년 전, 우여곡절을 겪으며 긴 방학과 방황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이 말씀은 고통스런 시간을 견디지 못해 내 의지의 끈을 모두 놓아버릴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말씀이다. 나에게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연구도 결국은 하나님의

“부름의 상”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3년 여 만에 연구실을 얻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간구했던 나만의 연구실을 가장 필요한 순간에 마련해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이 글을 쓴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시간들도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가 인도하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할렐루야!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119:71).

전훈지

ppjee@hanmail.net

772호 다른 글

커버스토리
Text 주일설교
성도들의 간증
지혜의 말씀
Cartoon
붕우칼럼
세상을 보는 창
교단소식
객원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