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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와 행동의 일치

766호 · 2014-10-31

매년 10월 초가 되면, 부산에서 국제적인 축제가 열린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이다. 영화제이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면면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감독, 배우 등 말 그대로 영화인들이 대거 모이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의 영화 관련학과 학생들의 참여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영화제를 찾은 배우들을 보기 위해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팬들도 부산을 방문한다. 그렇다보니 영화제에 영화를 즐기러 오는 것인지 시쳇말로 젯밥에 관심이 있어서 오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감히 말하건대, 나 같은 경우는 영화제에 출품된 300여 편의 영화들을 최대한 많이 접하려고 영화제를 찾는다. 스케줄을 잘만 잡으면 하루에 4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주일의 영화제 기간 동안 보통 15편에서 20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간다. 이렇게 영화를 보려면, 식사 시간도 줄이고 이동 시간도 줄여야 한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틈틈이 산책을 하는 것도 시간을 쪼개야만 가능하다.

이번 영화제 때, 영화에 대해 나와 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한 친구도 영화제에 참석을 했었다. 서울에서도 자주 못 보던 친구라 바다를 바라보며 차라도 한 잔 마시기로 약속을 하고 각자 부산으로 향했다. 막상 부산에 도착하니 나는 영화를 보느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어울리더니 아침 영화는 놓치기 일쑤고, 영화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최근에 얼굴을 알리게 된 아이돌급 배우와 우연히 함께한 사진만 포스팅하고는 서울로 돌아갔다. 서울로 돌아와 나는 20편의 영화에 대한 후기를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 부산에서도 안 보던 영화들을 서울에 와서 보기 시작한다. 아침에는 독립 영화관을, 점심, 저녁에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아다니며 하루에 두세 편씩 영화를 본다.

엉뚱한 그 친구의 행동을 보며 깨달은 바가 많았다.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으면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잊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꿈이 영화 평론가라면, 당장의 달콤한 축제의 분위기는 잠시 미뤄둔 채로 어두운 상영관으로 향하는 것이 더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목적의식이 없다면 표류하는 배나 진배없다. 방향도 없고, 나갈 의욕도 상실한다. 그러나 목적의식은 열정을 갖게 하고, 난관을 이길 힘을 가진다. 또한 피곤을 잊게 한다.

신앙도 그렇다. 우리의 소망이 어디에 있는가? 내 사랑하는 예수님이 계시는 곳에 가는 것이다. 이 목적의식이 확실하면 아무리 달콤하고 화려한 세상의 것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현혹하더라도 내 중심에 있는 하나님을 인지하는 참된 크리스천으로 끝까지 살 것이다.

이번 부산영화제는 영화 외에 큰 깨달음을 얻은 중요한 시간이었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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