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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766호 · 2014-10-31

얼마 전, 어떤 분이 전복장을 보내주셨다. 금식하느라 바닥난 기력을 조금이나마 보충하라며 챙겨주신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뚜껑을 개봉하는데 시큼한 냄새가 먹기도 전에 입맛을 자극했다. 간장을 한 숟가락 떠서 밥에 쓱쓱 비벼 입에 베어 문 순간, 비린내와 더불어 형용하기 힘든 묘한 맛이 낫다. ‘귀한 완도산 활전복으로 담근 것이라더니 뭐가 좀 다르긴 다른가봐?’

전복도 꺼내어 맛을 보았다. 하지만 입맛을 잃어서 그런 건지, 원래 맛이 이리 요상해서 그런 건지 밥 반 공기를 비워가면서도 마음 한편이 내내 찜찜하기만 했다. 그러다 뚜껑에 눈이 갔는데,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제조일자 2011년 11월 13일, 방부제를 넣지 않았으니 10일 이내에 드세요.’ 지금이 2014년인데…. 덕분에 원 없이 장청소를 했으니 이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다. 식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산품에는 이러한 유통기한이 붙는다. 그러고 보니 사람의 목숨도 유통기한이 있고 천지만물 또한 그 끝이 있지 않은가!

비단 눈에 보이는 것만 유통기한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우리 마음에도 적용된다. 우리 삶에 어떤 자그마한 변화를 주기만 해도 우리의 행복감은 급상승한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숱을 정리하기만 해도 그렇고, 목욕탕에서 땀 한 바가지 흘리며 불린 때를 밀어도 그렇다. 마음에 그리던 차를 새로 장만하면 또 어떤가! 알뜰살뜰 허리 띠 졸라매고 내 명의로 집을 장만했을 때, 사랑하는 이를 만나 ‘딴~ 딴따따’ 반주에 맞춰 결혼에 골인할 때도….

그러나 이 모든 것들도 다 기한이 있다. 처음 뿌듯하고 설레던 마음은 시간의 흐름 속에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다. 마치 그토록 팽팽하던 풍선도 하루 이틀 지나면 어느 샌가 바람이 빠져 쭈글거리고 말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유통기한이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것이다. 독생자를 아끼지 아니하신 그 크신 사랑. 나의 부족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며,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실 그 사랑에는 결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히브리서 기자는 13장 9절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은혜로 굳게 함이 아름답고 식물로 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어떤 조건을 충족했다고, 소유했다고, 성취했다고 해서 얻는 기쁨은 분명히 한계가 있고 그 기한이 있다. 다른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심령을 온전히 채워주거나 만족케 하지 못한다. 우리가 당면한 숱한 삶의 문제들과 세상의 유혹들로부터 마음과 생각, 입술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오직 주의 은혜뿐이다. 오직 우리의 마음은 주께서 주신 은혜로써 굳게 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귀한 은혜도 유통기한 적용을 받는 것일까? 가끔 하나님의 사랑을 잊어버리고 비틀거리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이들을 대한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신현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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