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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목차 › 내가 매일 기쁘게

돌 하나씩을 옮기자

763호 · 2014-10-10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장래희망이 있다. 대통령, 과학자, 소방관, 선생님, 발레리나, 피아니스트 등 아이들은 다양한 장래희망을 갖고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아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랬던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 대학·대학원생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고생들에게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을 물어보면, 대부분이 ‘in서울’이거나 ‘스카이’다. 고3이 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내 성적에 맞는 학교’로 바뀐다.

대학 새내기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기차여행과 봉사활동부터 세계 일주까지 다양한 계획을 말하고, 운전면허증부터 각국 언어의 습득 등 방대한 공부욕에 불타오른다. 그러나 대학 졸업반에게 물어보면 토익, 토플 성적이 오르길 희망하고, 족집게 면접 스터디에 자신도 참여하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것이 없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넌 커서 뭐가 될 거니?”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들의 꿈이 점점 현실과 맞닿아 희미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그들과 비슷하게 대학 신입생 때부터 꿈꾸었던 나의 모습은 오래된 사진첩의 사진처럼 빛이 바래져 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그리고 우리의 꿈을 축소시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서투르지만 풋풋했던 열정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답은 생각과 실천의 차이에 있었다.

화가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에는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하다못해 동네 피아노학원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었고, 신문사에서 주관한 미술대회에서 금상 수상도 했었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100명 중에서 80등이었던 내가, 고려대학교를 가겠다고 했을 때,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비웃었지만 나는 지금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내가 달라졌다. 십년이 넘는 동안 근 천 편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 평론가가 될 것이라 큰소리만 치고 살았다. 숱한 소설책을 사 모아 놓고 읽으면서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그 흔한 습작노트 한 권을 만들지 못하였다. 매일 밤을 책상 앞에서, 침대 안에서 만리장성을 수천 번 쌓았지만,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나에게 주어진 업무와 과제로 지난밤에 쌓았던 만리장성은 물거품처럼 스러져 버렸다. 그렇게 십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는 만큼 내 실천도 필요하다. 손발에 흙과 땀을 묻혀가며 돌 하나 옮기는 실천이 있어야 만리장성도 쌓을 수 있는 것이고, 습작노트가 쌓여야 작가도 되고, 영화평론가도 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약2:26). 더 늦기 전에, 아니, 지금 당장 돌을 옮기기 시작해야겠다. 예수중심의 많은 청년들과 중고등학생들도 멋지고 근사한 꿈을 위해 함께 돌을 옮겼으면 한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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