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감정 노동 시대
한 친구가 얼마 전, 과외 면접을 보러 갔는데 학생이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름을 모두 외우면 과외를 하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친구는 보름 동안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서 그 그룹의 멤버들 이름을 외우느라 고생했다며 과외 선생하기 쉽지 않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친구를 보다 문득, 이런 저런 상담사들과 통화를 하다 종종 듣는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접속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 같지만, 감정의 소통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SNS와 각종 메신저들로 주고받는 메시지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내 존재를 인정받고, 내가 소중한 사람임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분초 단위로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내 존재의 소중함을 확인받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갈수록 더 많이 외로워지고, 고독해지는 것 같다. 세태가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내 가족이나 친지, 친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과외 선생님들에게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의 관심사를 진심으로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혹은 직장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자신의 사소한 일상 얘기를 들어주길 기대한다. 어떤 헤어디자이너는 몇몇 고객의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챙겨주며, 큰일을 치룬 고객들의 예약 일을 조정하여 잠시라도 정서적 휴식 시간을 마련해준다. 가끔 가는 은행의 한 직원은 거의 매일 은행을 찾아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자손녀의 이름을 외우고 있고, 마트에서 주류 판매를 하는 한 언니는 고객들의 성격이나 취향을 파악하여 각각에 맞는 와인이 들어오면 개별적으로 연락을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맡은 바 업무 외에 감정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매번 고객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는 이러한 감정 ‘노동’을 노동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것과 동일하게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마22:37~40).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고독함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설령 업무의 연장선에서 만난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을 예수님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 같다. 진심어린 응대는 분명 고객 만족도를 높여 업무의 능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한 내 삶의 작은 실천들이 바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아름다운 크리스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