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들을 위하여…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경, 전남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그 배에는 제주도로 수련회를 가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3백여 명과 성인 150여 명이 탑승 중이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한 학생이 엄마에게 보낸, “엄마 말 못할까봐 문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국내 누리꾼은 물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가 더 끔찍하고 가혹한 이유는 실종자의 대다수가 아직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전교생 3백여 명 중에서 2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실종되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동고동락하며 우정과 추억을 나누던 친구들이 실종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다. 진실로 진실로, 모두가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도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길,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꼭 생존자가 나타나기를….
그런데 온 맘과 뜻을 다해 기도를 해야 할 것은 실종자의 귀환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의 마음도 찢어지겠지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의 갑작스런 사고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낄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내가 사고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던 이유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안고 가야 할 죄책감과 채무감 때문이었다.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생각이 그들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두려웠었다. 우려했던 대로 1차 구조자에 속해 있었던 해당 학교 교감이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살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자신을 조여 오는 죄책감을 살아남은 자들이, 특히 그 어린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너무나도 걱정된다. 1차 구조자들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이며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괴로워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생사를 모르는 이도 있는데 밥 좀 못 먹는 게 대수냐고 손가락질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자들에게 지금 이 시간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생채기가 났고,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애도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오래 전 그 사건들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지워질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워질 수 없는, 그래서 채무감으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할 사고일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으면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서 말이다. 상처가 잘 아물어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살아남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눈부시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