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不在)’를 통한 깨달음
내 기억이 맞는다면, 10여 년 만에 어머니가 여행을 가셨다. 이번 여행이 있기 전까지는 줄곧 모녀가 동행하는 여행이었다. 주변 지인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온몸으로 받으며 줄기차게 함께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어머니만 여행을 가시게 되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여행이었음에도 어머니와 나 모두 여행에 대한 걱정을 했었다. 어머니는 당신이 없이 운영될 일터와 가정에 대한 걱정이었고, 나는 어머니의 건강과 여정이 걱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걱정은 모두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어머니가 없는 일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어머니의 건강 상태와 여정, 날씨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무탈하였다. 항상 기도에 응답을 받는 듯해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항상 더 좋은 것으로 주시는 하나님께서 이번 어머니의 단독 여행을 통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해주셨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재(不在)’를 통한 깨달음이다. 좀 더 덧붙이자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과 비슷한 내용이다.
어머니가 항상 곁에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잔소리가 버겁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어머니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미처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여행이 걱정되는 한 편, 솔직히 후련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며 기도를 했던 것 같다. ‘왜 나는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며 불안해하나?’ 라는 어리석음과 아쉬움에 한숨이 다 나왔다. 항공사에 비행기 도착 스케줄을 조회하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기까지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 곁을 떠나 방황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매일 찬송과 기도로 주님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기에 은근슬쩍, 또 스리슬쩍 하나님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훨씬 더 쉬운 일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다보면, 어느 날 문득 나와 동행하시던 예수님도 ‘부재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수님은 우리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신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영혼이기에 항상 우리 곁에 머물러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우리의 연약한 믿음이 무뎌질 때, 그 때의 낙망과 좌절을 생각해본 것이다.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나를 건져주실 주님의 손길을 찾을 수 없다면, 그보다 더한 ‘부재’의 공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좀 더 기도에 힘쓰고 말씀에 정진하고, 항상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기억하며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것이 이번 어머니의 여행을 통해 얻은 나의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이다.
전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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