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나이
흔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거야.”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질문 하나 할게요. 공부하기 가장 좋은 때는 몇 살일까요?
8년 전 대학생 때, 집 근처 야학(야간학교)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수업은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교실은 단 두 개, 학생은 열 명 남짓,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가르치는 곳이었지요. 선생님은 20대 대학생들, 학생은 4,50대 분들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던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는 밤마다 학생이 되었지요.
공부 자세나 의욕, 눈빛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면 서울대 수석은 떼어 놓은 당상인 분들이었는데, 실상은 열을 가르치면 열을 홀라당 까먹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부 수첩을 만들어서 출퇴근할 때 암기하고, 싱크대 앞에 영어 단어를 붙여놓고 설거지하면서도 공부를 하는 놀라운 노력을 보여주셨지요.
하루하루는 마치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처럼 머리에 채워지는 것보다 밖으로 새나가는 것이 더 많아 보였지만, 1년, 2년, 거북이 같이 느린 시간을 통과해내고 나니 그 분들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중학교, 고등학교의 졸업장이 두 손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그걸로 충분히 풀렸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요?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는 목표를 이뤄낸 그분들은 대학이라는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그게 정말 가능할까(?) 했던 제 의문에 대신 대답하듯 어떤 분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에, 어떤 분은 국문학과에 입학하셨지요.
최근에 그 때 같이 수업했던 중등반 학생 중 한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8년 전, 배움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요. 그리고 세 장의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한 장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졸업장, 한 장은 유아교육자격증,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그 분이 지금 맡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 사진이었습니다.
처음 야학에 오셨을 땐 다들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도리어 그 때가 공부하기 딱 좋았던 나이라고 추억하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하는 시간, 10년.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지요. 생각할수록 대단하지 않나요?
제게 공부하기 가장 좋을 때가 몇 살인 거 같으냐고 묻는다면, ‘지금!’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딱 지금이, 무엇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지요. 80세의 모세가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던 나이였던 것처럼요. 혹시,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우리의 나이는, 그것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니까요.
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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